“주 52시간 근로시간 규제 완화에 반대하지만, 논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업계에서 논의 요청이 오지를 않습니다.”
지난달 25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영향과 대응’을 주제로 개최한 긴급 포럼에서 금속노조 관계자가 사견을 전제로 한 발언이다.
포럼에는 경총 등 26개 산업 단체가 주로 참석했는데, 노동계를 대표해 금속노조도 초청받았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코로나19가 산업계, 특히 자동차 업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근거들이 제시됐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해외공장 대부분은 가동을 이미 멈췄고, 사태가 장기화하면 부품 수급 문제로 국내 공장까지 생산 차질을 겪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올해 2월 완성차 5사의 내수 판매량도 지난해보다 21.6% 급감했다.
산업계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노동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근로시간 단축과 연차 사용으로 현재 진행 중인 수요 급감기에 대응하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요가 폭증하면 주52시간 근로시간 규제의 한시적 완화와 파견ㆍ대체근로 허용으로 생산 극대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시적인 노동 규제 완화의 필요성에는 노동계도 일정 부분 공감했지만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이미 유럽에서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한시적인 조업 단축에 노사정이 합의했다”면서도 영구적인 규제 완화에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노사의 견해에는 간극이 있었다. 대변하는 입장이 다르니 자연스러운 일이다. 희망적인 건 노사 모두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실 인식을 같이 하는 만큼 구체적인 방법론은 함께 논의해볼 여지가 있다.
산업계가 위기 상황에서의 해고 금지, 안전한 노동 환경 등 노동계가 원하는 선결 조건을 보장하며 한시적인 규제 완화를 제안해보는 건 어떨까. 대화 없이는 입장 차이를 좁힐 수 없다. 노사가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위기를 넘길 수 있는 전략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려면 대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