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심상치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집값은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분양 시장에는 수만 명의 청약자가 몰리고 있다. 수도권 남부지역의 부동산 풍선효과가 교통 호재 등 규제 이전의 수원과 비슷한 여건을 갖추고 있는 인천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26일 기준) 인천지역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42% 올랐다.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서울 집값 변동폭이 2주 연속 0% 기록한 가운데 인천 지역은 상승세를 지속한 모습이다.
수년간 부진했던 인천 부동산 시장은 올해 들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는데 특히,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졌던 수원 지역 아파트 상승세가 2ㆍ20 대책으로 하락세를 타던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올랐다. 2월 말 0.3% 상승세를 보였던 인천 집값은 이달 2일 0.42%, 9일 0.38%, 16일 0.53%으로 꾸준히 상승폭을 확대했다.
아파트 실거래 가격도 속속 오르며 신고가를 경신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연수구 송도동 송도더샵그린애비뉴7단지 전용면적 101.94㎡은 7일 최고가인 6억9000만 원에 팔렸다. 직전 거래가 보다 1억2000만 원가량 오른 금액이다.
서구 청라동 청라제일풍경채 전용면적 115.10㎡도 12일 직전 거래가보다 1억 원 가까이 오른 6억4800만 원에 거래됐다.
연수구 송도동 e편한세상송도(전용면적 84.41㎡)는 20일 한 달 전보다 8000만 원가량 오른 7억2000만 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새로 썼고, 인근 캐슬&해모로84.41㎡도 7000만 원 이상 오른 5억7800만 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반면 수용성(경기 수원ㆍ용인ㆍ성남시) 특히, 수원 지역의 경우 곳곳에서 집값이 하락하며 집값 상승률이 눈에 띄게 둔화되는 모습이다. 이달 초만 하더라도 0.75%였던 수원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지난주 0.25%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남부에서 발생했던 ‘풍선효과’가 또 다른 비규제 지역인 인천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인천은 신도시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전매제한 기간이 6개월인 데다 청약 및 대출 규제도 크게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전세가율(매매가격과 전셋값의 비율)도 70%대 수준으로 ‘갭투자’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수원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교통 호재가 인천에서도 부각되고 있다. 올해 도시철도 7호선이 인천 서구까지 연장되며, 인천과 안산ㆍ수원을 잇는 수인선도 완공된다. 여기에 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인천 송도~남양주 마석) 신설 기대감도 높다.
인천 논현동 J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인천 부동산 시장은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비규제 지역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며 “투자 목적으로 들어오려는 수요자들의 문의가 꽤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투자를 목적으로 인천 지역 아파트 매입에 나서는 외지인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인천 아파트 매매건수는 총 7516건으로 나타났는데 그 중 2433건(32.4%)을 외지인(서울 및 기타지방)이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월평균 외지인 매매 비중은 20%대 수준이었다.
인천 부동산 시장의 열기는 분양 시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23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인천 연수구 ‘힐스테이트 송도 더 스카이’는 804가구 모집에 5만8021명이 몰려 평균 72.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같은 날 1순위 청약을 받은 인천 부평구 ‘힐스테이트 부평’도 평균 84.3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487가구 모집에 4만1048명이 몰린 것이다.
이 같은 인기에 건설사들도 앞다퉈 인천 지역 분양을 서두르고 있다. 다음달 힐스테이트레이크송도3차, 로열파크씨티푸르지오호반써밋, 스카이센트럴 등 주요 단지 분양이 예정돼 있는 것이다.
내 집 마련은 물론 투자 수요까지 몰리면서 인천 부동산 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지만 이 같은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집값 상승이 이어질 경우 수원과 마찬가지로 정부 제재가 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에서 홀로 상승세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윤지해 부동산114 연구원은 “유동성이 풀리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지역, 특히 인천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다만 송도 등 일부 지역의 경우 단기 상승세가 너무 가파르다는 점은 조정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