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서구권 대부분의 자동차 조립 라인이 불과 일주일 만에 정지됐다. 공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확보가 거의 불가능한 환경이어서 직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가능성이 우려됐기 때문.
그러나 이미 판매 대리점에서도 손님이 급감해 자동차업체들의 생산 중단은 시간문제였을 것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또 이탈리아와 프랑스, 스페인과 영국, 미국 일부 주 등 선진국 시장 상당수가 봉쇄령이 내려져 매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런 사태는 투자자들에게 절박한 의문을 안기고 있다. 과연 업체들이 자동차를 판매하지 않고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다만 미국 빅3 상황은 2008년 당시보다 훨씬 낫다. 빅3 중 유일하게 금융위기 당시에도 공적 자금을 받지 않고 버텼던 포드는 지난주 배당을 중단해 현금 확보에 나섰다. GM은 이날 “적극적인 재정긴축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며 “현재 150억~160억 달러 현금이 있는데 여기에 신용공여(Credit Facilities)를 통해 160억 달러(약 19조6800억 원)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8년 위기에 미국 정부는 무려 8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GM과 FCA에 쏟아부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러나 RBC의 조셉 스팍 애널리스트는 “매출이 단 한 푼도 발생하지 않더라도 GM은 최소 20주 이상, 포드는 18주 버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현금흐름이 안 좋기로 유명한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도 지난달 증자를 통해 재무 건전성을 다소 개선했다. 즉 현재의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앞으로 3~4개월 더 지속된다 하더라도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버틸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WSJ는 그 이후까지 코로나19 사태가 지속, 정부의 감염 억제 정책이 더욱 강화하면 자동차업체들은 다시 구제금융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며 많은 산업이 붕괴 직전에 있을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자동차업체들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의료용품 생산으로 전환, 재정 부담을 덜 수도 있다. 포드는 이날 1개 완성차 조립 라인을 개조해 플라스틱 안면보호대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2일 트위터에 “GM과 포드, 테슬라가 인공호흡기와 기타 금속제품 만드는 것을 승인 받았다”며 조속한 생산을 촉구하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이 중국처럼 약 2개월간의 가동 중단을 거쳐 생산을 재개하는 비교적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도 업계는 타격을 밖을 수밖에 없다고 WSJ는 지적했다. 예를 들어 자동차 대기업이 멀쩡하더라도 자금이 부족한 중소 공급업체들은 1개월의 생산 중단도 극복할 수 없어서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해당 업체가 생산했던 부품 조달에 차질이 생겨 완성차 조립도 어렵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