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중개시장이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중개업소를 찾는 매수자들의 발길이 끊어지고 있는데다 부동산 가격까지 하락하면서 폐업을 고민하며 휴업으로 전환하는 중개사들이 늘고 있다.
24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이하 협회)에 따르면 올해 서울 공인중개사 개업은 1월 479건에서 2월 411건으로 감소했다.
통상 1~2월은 부동산 시장에선 봄 이사철을 맞이하는 시기로 거래 계약이 활발하고 중개사무소 개업도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올해 1월 서울 중개사무소 개업 건수 역시 작년 12월(418건) 대비 소폭 증가했다. 특히 이같은 연초효과는 2월보다 1월이 더 강하다. 2월 개업 건수가 1월보다 소폭 줄어드는 이유다.
폐업 건수는 328건에서 294건으로 줄었다. 이 기간 전국 중개사무소 폐업이 1261건에서 1277건으로 증가한 것과 다소 대비되는 양상이다.
문제는 시장을 관망하는 '휴업' 수치다. 문을 잠시 닫은 휴업 사무소가 1월(8건)에서 2월(17건) 사이 두 배로 늘었다. 현 공인중개사법 제21조에선 3개월을 초과해 휴업하는 경우 등록관청에 휴업을 신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폐업 전에 휴업을 하면서 주택시장을 관망하는 경우가 많다는 중개업계 관계자의 설명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잠재적인 폐업' 수치인 셈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날 기준 실거래 신고된 2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9522건이다. 지난해 12월 1만4117건까지 올라갔던 거래량은 1월(1만491건), 2월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중개사무소 입장에선 매수자들의 발길이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다.
업계는 이달부터 주택 거래시장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안 그래도 센 대출 규제에 부동산 거래 자금출처 조사마저 이달부터 더 강화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에 국내외 경제 여건마저 악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덩달아 커지고 있다.
협회 역시 코로나19 여파가 이달부터 중개사무소 폐업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 본다. 실제 2월 전국 중개사무소 폐업 현황을 기간별로 쪼개서 보면 △2월 1∼10일 406건 △11∼20일 424건 △21∼29일 447건으로 3월에 가까워질수록 증가폭이 커진다.
현재 서울 중개사무소 개업 건수는 두 달 연속 400건을 넘기고 있다. 연초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지난해 월별 개업 평균치(357건)보다 1월엔 34%, 2월에 15% 많다. 그러나 이를 부동산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그널로 봐선 안된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고용 불안과 국내 경기 위축으로 중장년층이 초기 투자비용이 적은 중개사무소를 개업하는 경우가 많아 개업 건수 증가를 부동산시장의 현황으로만 판단하기 어렵다"며 "정부의 규제가 일관되고,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거래량 급감과 심리적 위축으로 인한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