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6.5조 만기폭탄 비상, 신용평가 자진반납도 속출

입력 2020-03-23 13:34 수정 2020-03-2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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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0조 유동성 지원하겠다지만, A급 회사채도 미달

▲2020년 월별 회사채 만기 금액 (자료 금융투자협회)
▲2020년 월별 회사채 만기 금액 (자료 금융투자협회)
“벼랑 끝으로 내몰린 느낌이다. 정부가 내놓은 채권시장안정펀드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지금껏 돌아온 빚은 근근이 막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상황에 빠져든 후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기업의 자금조달 업무를 담당하는 관계자들은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진 상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코로나19’사태가 금융 위기로 번지면서 기업들은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다. 올해 갚아야 할 빚만 38조 원. 정부가 10조 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로 기업들의 유동성을 지원하겠다지만, 기업들의 두려움은 어느 때보다 크다. 한진·두산·CJ그룹 등 몇몇 대기업들은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였고,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 애쓰지만, 여건은 녹록지 않다.

크레딧 시장에서는 신용등급 ‘AA’기업들까지 자금조달(회사채 수요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쇼핑·하나투어 등은 평판을 우려해 신용등급을 자진 철회했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회사채 발행이 가장 많은 달로 꼽히는 4월에 만기 도래액은 6조5495억 원에 달한다. 3월 이후 연내 만기 도래 규모는 38조 원이다.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로 급한 불을 끄겠다지만, 시장은 반응은 싸늘하다.

연기금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은 최근 들어 아예 ‘A’급 이하 채권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심지어 우량기업조차 채권 수요예측(사전 청약) 미달이라는 굴욕을 맞보고 있다. 신용등급이 ‘AA-’인 포스파워는 3년 만기 회사채 500억 원어치를 발행키 위해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400억 원의 매수 신청만 들어와 발행 목표액에 미달했다. ‘AA’등급인 하나은행과 ‘BBB’ 등급인 키움캐피탈 등이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도 모두 모집금액을 채우지 못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이 지속한다면 기업의 실적과 기초체력은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다”면서 “기업들의 무차별 투자 경색까지 더해진다면, 크레딧 시장 불안이 기업들 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등급을 자진 철회하는 곳까지 나오고 있다. 불량기업으로 ‘낙인’찍히는 것을 우려해서다.

투기등급 직전인 ‘Baa3’평가를 받는 롯데쇼핑은 무디스가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추자 등급평가를 자진 철회했다. 롯데쇼핑 측은 “미국 달러 차입 계획이 없어 무디스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27일 롯데쇼핑 주주총회를 앞둔 상황에서 ‘신용등급 강등 우려’라는 악재를 해소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일반투자 목적으로 롯데쇼핑 지분 6.10%를 보유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한국기업평가의 등급평가를 취소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이미 1%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저년대비 70% 가량 줄어든 73억 원에 그쳤다.

시장에서는 ‘등급 쇼핑’ 우려까지 고개를 든다. 등급쇼핑이란 증권 발행회사가 여러 곳의 신평사 중 유리한 등급을 부여하거나 부여할 것 같은 신평사로부터 선택적으로 평가를 받는 행위를 일컫는다.

S&P는 현재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국내 기업 39곳(금융회사 제외) 가운데 약 23%를 ‘부정적’본다. S&P의 평가 대상은 삼성전자나 현대차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인데, 이런 기업 넷 중 한 곳이 신용등급이 떨어질 위기에 놓였다는 얘기다. 특히 여행, 레저, 항공산업에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 보다 등급 쇼핑은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한다면 신용등급 자진 철회나 유리한 신용평가회사를 찾는 기업들이 늘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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