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마스크의 도움이 필요한 시간

입력 2020-03-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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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오늘도 집을 나서며 마스크를 꺼내 들었다. 황사나 미세먼지가 심한 날 찾던 물건이었지만, 이제는 휴대전화처럼 챙기는 생활필수품이 됐다. 코로나19가 일상을 바꿔버렸다. 여럿이 모이는 만남도 부쩍 줄었고, 북적이던 쇼핑몰이나 놀이공원에도 인적이 드물다. 이동 자제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중요한 덕목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송두리째 일상을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라 사람들에게 마스크의 도움은 필수가 됐다. 아직 뚜렷한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상황에 마스크는 건강과 생명을 지켜주는 고마운 존재가 됐다.

지난 11일 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 유행에 진입했다는 의미로 ‘팬데믹’을 선언했다. 아직 안심할 순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다행히 큰불은 잡혀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중국은 이미 상당한 인명 피해를 입었고, 유럽 대륙 전역과 미국, 중남미까지 안전지대가 아니다. 자유롭게 오가던 국경에 빗장이 걸리고 몇몇 국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할 정도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확산세가 단기간에 진정되지 않으면서 세계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우선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피해가 크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 경제의 16%를 책임졌다. 많은 글로벌 기업이 중국에 생산거점을 구축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축이 됐다. 하지만, 지난해 말 시작된 코로나19는 중국 내 많은 공장과 물류를 멈춰 세웠고, 이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졌다. 중국이 상황을 종식시키고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더욱 우려스러운 부분은 세계 경제가 순식간에 코로나19 영향권에 놓인 점이다. 금융시장부터 동요하기 시작했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일제히 대응에 나섰지만 커지는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엔 아직은 역부족이다. 일상생활과 소비활동 위축도 가시화되고 있다. 썰렁한 식당과 문 닫은 상점은 사람들의 불안감을 그대로 드러낸다. 생산현장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공급망이 파열음을 내고 수요도 감소하면서 정상적인 공장 가동이 쉽지 않은 형편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고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앞에 경고등이 켜졌다. 세계 경기 하락으로 수출이 부진해지면 경제 성장의 핵심축이 흔들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 중국, 유럽 등 주력 시장의 동반 침체는 전체 수출 전선에 먹구름을 몰고 올 가능성이 크다. 당장 글로벌 수요가 가라앉으며 물건 팔 곳을 찾기가 쉽지 않고, 국가 간 교류가 어려워진 탓에 업무상 출장조차 가로막히고 있다.

수출기업도 이번 충격을 덜어줄 마스크의 도움이 필요하다. 전 세계적 비상 상황을 홀로 견뎌내기에는 힘에 부치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보다 기초체력이 약한 중소기업에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 수출기업 가운데 중소기업이 95%가 넘고, 종사자 수를 봐도 전체의 80%를 넘는다. 우리나라 수출의 한 축을 맡은 만큼 그 중요성은 대기업 못지않다. 산업부를 비롯한 정부 각 부처, 수출 유관기관이 합심하여 중소기업 지원에 힘을 쏟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역보험도 중소기업을 지켜줄 마스크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자금이 급한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제도를 손질해 보험금 지급도 빠르게 했다. 새로 발굴한 바이어와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보험료는 낮추고 보험한도는 높였다. 특히, 17일 추경으로 확보한 재원은 수출채권 조기 현금화 보증에 투입된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물건을 선적하고 바로 현금을 손에 쥘 수 있어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의 어깨를 가볍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기업이 이번 어려움도 꿋꿋이 이겨내고 따스한 봄의 온기를 하루빨리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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