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회사채發 기업 신용위기, 줄도산 막아야

입력 2020-03-2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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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금융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4월에 집중적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가 기업 숨통을 죄는 뇌관이 될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한계기업의 자금난과 유동성 부족으로 줄도산이 가시화할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 집계에서 올해 만기가 예정된 국내 회사채 50조8727억 원어치 가운데, 4월 만기 회사채 규모는 6조5495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4월 물량으로는 1991년 이후 가장 많다. 그동안 저금리 기조에서 기업들이 싼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온 회사채를 갚거나, 새로운 회사채로 만기를 미루는 차환(借換)발행에 나서야 한다. 지금 회사채 만기는 속속 도래하는데 차환 자체가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신용등급 A등급 이하 비우량 회사채 중 4월 만기인 곳만 해도 대한항공, 하이트진로, 풍산 등 대기업들이 있다. 신용스프레드 또한 연일 높아지고 있다. 20일 AA-등급 무보증 회사채 신용스프레드는 83.8bp(1bp는 0.01%)로 2012년 2월 6일(85.0bp) 이후 8년여 만에 최고였다. 국고채와 회사채의 금리차이인 신용스프레드 상승은 기업들이 자금을 빌리기 어려워지고 신용위험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감독원이 국내 기업의 신용등급 변동 가능성에 대한 실태조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에 기업들의 신용등급 변경 검토지표인 ‘트리거’ 제출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모니터링 차원이라고 설명하지만 이례적이다. 경제가 마비되면서 기업실적이 추락하고, 결국 대규모 신용등급 강등 사태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량 기업이라도 회사채의 차환발행이 이뤄지지 않으면 순식간에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더구나 기업 신용등급이 강등되면 추가 대출 및 회사채 발행이 막히거나, 발행하더라도 이전보다 훨씬 큰 이자부담을 안아야 한다. 지금 비우량·우량 기업 할 것 없이 회사채 발행이 어렵다. 당분간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유동성 위기에 몰려 돈을 갚지 못하면 결국 부도다. 대기업 중 어느 한 곳이라도 무너지면 연쇄적인 자금난과 신용 경색으로 흑자기업까지 도산 위기에 내몰린다. 이런 사태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과거 위기 때마다 기업들의 흑자도산을 방치하면서 우리 경제 추락이 가속화하고 회복 또한 지연되는 등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했던 경험이 한두 차례가 아니다. 정부는 이번 주중 27조 원 안팎의 채권 및 증권펀드 조성을 통한 시장안정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신속한 집행으로 금융시장부터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그것으로 역부족일 수 있다. 여전히 코로나19의 충격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모든 정책의 초점을 기업부터 살려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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