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결국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그간 한은은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의 상승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가 현실화되자 결국 금리 인하 카드를 내밀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미 초저금리 시대가 장기화한 상황인데다 코로나19 여파가 부동산 시장에도 미치고 있는 만큼 이번 금리 인하가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0.50%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국내 기준금리가 0%대 영역에 들어서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와 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1.00%포인트 기습 인하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에 다소 부정적이었다. '부동산'이 원인이었다. 앞서 단행한 금리 인하가 정작 기업의 투자와 소비 진작에 뚜렷한 효과를 내지 못한채 일부 자금이 주택시장으로 몰리면서 집값을 끌어올리는 불쏘시개 역할만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통화정책신용 보고서에서도 이같은 우려가 반영됐다. 보고서는 "가계대출은 주택 구입 및 전세자금 수요가 이어지면서 증가세가 확대했다"며 "가계부채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주택 가격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ㆍ수도권을 중심으로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비자심리지수에서 나타나는 주택 가격 전망은 하락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기준치인 100을 넘어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는 소비자들이 더 많다"며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이동 확대 가능성에 유의하면서 계속 금융 안정 상황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부동산 전문가들도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금리가 인하되면 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집값도 상승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금리 인하 이유는 국가경제 침체를 막는 것인데 유동성이 일반 실물경제로 유입되는 게 아니라 주택시장으로 움직인다면 경제에 긍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확산이라는 변수가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주택시장도 결국 실물경제 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피해를 줄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시장도 실물경제랑 장기간 괴리될 수는 없다"며 "최근 코로나 사태로 경제 성장이 얼마나 영향을 받는 지가 주택 시장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영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금리는 부동산 가격과 반비례 관계로 금리 인하는 곧 부동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도 "하지만 코로나19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있는 현 시점에서 금리 인하를 '집사라'는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금리 인하가 시차를 두고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있다는 지적도 많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정부의 대출 규제도 워낙 강한 상황이라 금리 인하 효과가 크게 발휘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정부의 규제책에도 불과하고 집값이 쉽게 안 잡히는 요인이 낮은 금리였다는 점을 감안하며 코로나 사태가 어느 정도 수습이 된 이후에는 금리 인하가 오히려 시장의 불안 요인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