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식시장이 크게 휘청이면서 안전자산인 채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투자자들의 ‘마지막 피난처’로 불리는 미국 장기국채 몸값이 치솟으면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일 기준 한 달간 채권형 펀드에 9371억 원이 순유입됐다. 같은 기간 주식형 펀드에서 9460억 원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은 코로나19 확산과 유가 급락으로 패닉 장세를 보이면서 자금이 채권 관련 투자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경기 변동성이 커질 때 채권 투자는 주식 대비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리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10일 기준 설정액 10억 원 이상 국내주식형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평균 -12.23%를 기록했다. 해외주식형의 경우도 이 기간 6.73% 손실이 발생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채권형 펀드는 0.72%, 해외채권형 펀드는 0.49% 수익률을 올려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특히 북미채권형 펀드의 경우 한 달만에 4.61% 수익률을 올렸다. 미국 장기국채에 투자한 펀드 수익률이 고공행진한 영향이다.
국내에 설정된 해외채권형펀드 중에서 ‘KBSTAR 미국장기국채선물레버리지(H) ETF’가 26.56%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다. 이어 ‘KODEX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 ETF’가 17.81%, ‘KBSTAR미국장기국채선물(H) ETF’가 12.38%로 수익률이 높았다.
금리가 바닥을 뚫으며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5일(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1% 밑으로 내려간 이후 연일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어 9일 오후에는 0.3% 선까지 내려갔지만, 11일 현재 0.6% 선에 머물러 있다. 채권 금리가 낮아지면 이미 발행된 채권은 가격이 높아진다.
미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릴 가능성이 커지자 국채 금리도 하락했다. 미 연준은 지난 4일 금리를 0.50%포인트 전격 인하했지만 금융시장의 불안이 해소되지 않아 추가 대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대비 금리 인하 폭이 작았던 국내에도 시선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주요국의 금리 하락 폭과 비교할 때 낙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번 인하할 것이란 전망을 감안하면 아직은 채권 매수가 유리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실제 미국 국채 10년물이 최근 한 달간 48.81% 하락할 동안, 한국 국채 10년물은 15.47% 내려가는 데 그쳤다.
반면 미국 국채에 대해선 “금리하락 베팅이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비교해 확실히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빠르다면 2009년처럼 반작용이 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