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시부터 도입될 예정인 고등학교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블라인드 평가 서류에 수험생 학교의 교육과정 편제(운영계획)가 추가로 제공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과정 편제에는 수험생이 고등학교 3년 동안 이수한 세부 과목과 선택 과목 등이 모두 기재되는 만큼 출신 학교 유형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고교등급제 등 대입 과정에서 출신 학교의 후광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교육부의 블라인드 평가 제도 도입 취지가 사라지는 셈이다.
10일 이투데이가 입수한 교육부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 후속 조치에 따른 대입 전형 자료 온라인 제공 개선 계획(안)에 따르면 9월 수시부터 적용되는 학생부 블라인드 평가 서류에 ‘고교 프로파일’과 유사한 교육과정 편제가 포함된다.
그동안 전국의 고등학교는 지역, 유형, 학교 교육과정 운영 현황, 특성 등을 고교 프로파일로 만들어 대학에 제공해 왔다. 대학은 이를 근거로 수험생을 평가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지난해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조사’에서 일부 고교가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등에 기재가 금지된 ‘학교 밖 스펙’을 편법으로 제공한 사실을 적발해 통로로 활용된 고교 프로파일을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각 대학은 블라인드 평가에 수험생 학교의 교육과정 편제 등을 추가로 제공해 줄 것을 교육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과정 편제에는 수험생이 3년 동안 이수한 공통 과목과 일반·진로·교양·전문 등 세부 과목을 표로 기술하게 돼 있다. 더불어 창의적 체험 활동 등 총 이수 단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학들이 수험생의 선택 과목에 대한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요구한 교육과정 편제는 블라인드 평가 제도에 '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교육과정 편제를 학생부에 추가로 제공하면 블라인드 효과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입시전문가는 “교과목 몇 개가 아닌 교육과정 전체가 드러나는 교육과정 편제를 학생부에 넣는 것은 수업시간표를 그대로 평가에 노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블라인드 평가 제도는 무용지물이 된다”고 지적했다.
고교 블라인드 평가에는 수험생의 성명ㆍ주민등록번호ㆍ사진, 고교명ㆍ수상기관명ㆍ봉사주관기관명 등이 모두 가려지고 ‘학생부 식별번호’가 부여된 학생부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ㆍ나이스)과 원서접수 기관을 통해 대학에 온라인으로 제공된다.
그러나 수상명ㆍ교과명과 특기사항 공개에 더해 교육과정 편제가 제공되면서 실효성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단독] 수상ㆍ교과명ㆍ특기사항 공개…학생부 블라인드 '반쪽' 논란 참조
한편 교육부는 학생부 온라인 제공 방식에 대해 사전 점검(모의 테스트)을 8월께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