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신한금융그룹은 신한카드가 현대캐피탈 장기렌터카 자산 5000억 원을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인수 사유로는 “수익자산 확대를 통한 이자 수익 증대”라고 밝혔다. 이번 계약은 카드수수료 인하 이후 새 먹거리 찾기에 나선 신한카드와 신사업 여력 확보를 물색 중이던 현대캐피탈의 사정이 일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계약은 신한카드와 현대캐피탈 모두에게 이득이다. 먼저, 신한카드는 최근 공격적인 자동차금융 시장 확보에 나섰다. 현재 카드사는 주 수입원인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수입 감소가 불가피하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지난해 자동차 금융 취급액 약 2조8900억 원으로 2018년보다 17% 이상 늘렸다. KB국민카드가 그 뒤를 이어 2조7700억 원가량을 취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캐피탈 장기렌터카 사업 일부를 인수해 곧장 영업을 시작해 자동차 금융 분야에서도 1위 수성을 이어나가겠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카드업계 내 오토금융(자동차금융) 사업 시장 지배력 강화 차원”이라며 “이번 장기렌터카 자산 인수를 통해 기존 사업과 인수·합병 사업간 균형감 있는 성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자산인수를 통해 장기 수익자산 확보와 기존 거래 중인 우량 고객을 통한 신규 영업 확장 등의 효과를 얻을 전망이다.
현대캐피탈은 주 수입원이 자동차할부금융인 만큼 기존 사업에 주력하고 장기렌터카 자산 일부를 덜어내 새 사업을 위한 운신의 폭을 넓혔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 별표 1의 3 ‘금융위원회에 신고하지 않고 영위할 수 있는 업무’에 따르면, 여신전문금융사는 ‘리스대상 물건에 대한 렌탈업’을 할 수 있다. 다만, 물건별 렌탈 자산의 분기 중 평균잔액은 해당 리스 자산의 분기 중 평균 잔액을 초과하지 못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현대캐피탈의 리스 자산 규모는 4조9381억 원으로 이 가운데 렌탈자산은 2조7179억 원 규모다. 지난해 매 분기 약 2000억 원씩 렌탈 자산이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현대캐피탈은 장기렌탈 사업 확대를 위해선 리스 자산 비율을 줄여야 한다. 반면, 신한카드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리스 자산은 약 1조5000억 원으로 이 가운데 렌탈 자산은 4000억 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카드사와 캐피탈사간 추가 협력 사례가 나올 가능성도 커졌다. 자동차 할부금융 수익은 2015년 930억 원에서 지난해 9월 기준 1825억 원으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 또 카드사는 신차 중심의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서 벗어나 중고차 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캐피탈사는 공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 카드사를 협업 대상으로 삼아 전체 자동차 금융 시장 규모를 키우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