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에볼라(Ebola) 바이러스 등 주요 전염병은 전염병 확산에 따른 불안과 경제심리 위축 등을 통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만, 전염병 확산세가 진정되면 빠른 속도로 경제가 회복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도 바이러스 전파가 현재 진행중이라 예단키 어렵지만 장기간 진행되지 않는다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실제, 2002년 발생한 사스는 중국과 홍콩 등에 크게 확산돼 중국 및 인접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으나 집중적인 확산기간은 한분기(2003년 2분기) 정도에 그쳤다. 중국과 교역관계가 밀접했던 홍콩과 싱가포르의 산업생산에 영향을 줬고, 특히 홍콩의 경우 이를 회복하는데 1년이 걸렸다. 반면, 한국과 대만은 생산 감소보다는 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관광객이 감소했다.
메르스도 2012년 중동지역에서 발병한 후 주변국으로 확산세가 미미하다가 2015년 중 국내에 크게 확산하면서 관광산업 등 서비스업과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내수가 상당폭 위축됐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사스나 신종플루 등 다른 전염병보다 전파력이 낮고 확산기간이 3개월로 짧았으나 20.1%에 달하는 높은 치사율이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공장가동 중단 등에 따른 생산차질이나 주변국 확산에 따른 파급영향은 제한적이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서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 에볼라바이러스는 높은 치사율과, 미흡한 방역체계 등으로 확산세가 장기화되면서 지역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라이베리아의 경우 2014년 경제성장률이 8%포인트 하락하는 등 서아프리카 지역 성장세를 크게 둔화시켰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추정한 이들 전염병 사례의 추정 손실액을 보면 사스는 400억달러, 메르스는 2조3000억원(한국 한정), 에볼라는 220억달러였다.
특히, 2011년 일본에서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처럼 피해범위가 넓고, 피해복구를 위한 법률과 관련 부처가 만들어지는데 각각 3개월과 1년이 소요되는 등 피해복구가 신속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경제회복에도 상당기간이 걸렸다. 2005년 미국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2011년 동일본대지진, 2004년 남아시아 지진해일로 발생한 경제적 손실 추정액은 각각 1250억달러, 370억달러, 69억달러에 달했다.
박용민 한은 거시재정팀 차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는 계속 진행중이고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에서 언급하기 그렇지만 과거 사례로 비춰봤을 때 전염병과 자연재해는 (경제에 미치는) 양상이 다르다. 전염병은 치사율과 감염률에 따라 다르겠지만 장기간 진행되지 않는다면 자연재해에 비해 (경제) 회복속도가 빠르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겠다”고 전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의 경우 전염병과 자연재해에 대한 위험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나, 기후변화 등으로 발생빈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만큼 체계적인 재난대응시스템 등 관련 인프라 구축과 전문인력 양성이 긴요하다”며 “핵심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 대한 국산화 및 거래선 다변화 등을 통해 주요 교역상대국 재난으로 인한 중간재 수급 차질 등 공급망 훼손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