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으로 대학들이 개강을 3월 16일로 연기하고 있습니다. 2주간은 비대면 수업, 즉 온라인 강의를 진행한다고 합니다. 2020년도 1학기 개강은 사실상 3월 30일이 됐습니다. 대부분 대학은 종강을 1~2주 단축해 기존 16주 수업을 14~15주로 단축했습니다. 하지만 대학들의 등록금 인하는 없었습니다." (김도협 씨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에서)
정부가 2일 '코로나19' 종식 시까지 대학에서 등교에 의한 집합수업을 하지 않고 재택수업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전문대학교육협의회와의 협의와 합의를 바탕으로 '2020학년도 1학기 대학 학사운영안'을 마련했다"며 원격수업, 과제를 활용하는 수업 등 재택수업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단, 재택수업의 구체적인 방식은 각 대학의 여건에 맞게 교원과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자율적으로 정해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주요 대다수 대학도 1학기 개강을 평균 2주간 연기한 데 이어 3월까지는 온라인 강의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정부와 대학의 발표에 대학생들은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한 학기 등록금이 수백만 원에 달하는데, 수업은 줄어드는데 왜 등록금은 낮춰주지 않지?", "애초에 대학에서 전공에 대한 전문적인 강의를 들으려고 수백만 원을 내는 건데, 온라인 강의로 대체하면 교육의 질이 낮아지는 만큼 등록금을 일부 환급해줘야 하는 게 맞지 않나?"
그리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대학교 개강 연기에 따른 등록금 인하 건의"라는 글이 올라왔다.
"단시간 내에 생산될 수밖에 없는 지금의 특별한 상황에 대한 '온라인 강의'는 평소 '오프라인 강의' 수준보다 질적인 면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개강 연기로 대부분 대학이 학기를 단축했다. 이에 대해 대학은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 문제를 위해서라도 일부 등록금을 환급해서 보상해줘야 한다."
경희대 공과대학에 재학 중인 김도협 씨의 주장이었다. 많은 사람이 김 씨의 주장에 동의했다. 이달 2일 시작된 국민청원 게시글에는 6일 오후 1시 현재 6만1166명이 동참했다.
김 씨는 왜 이런 국민청원 게시글을 올리게 됐으며, 어떤 이유에서 이런 주장에 앞장서게 됐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왜 피해자가 학생이어야 하나"
김 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을 올리게 된 데 대해 "'온전한 학습권 보장'과 '대학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시민들의 의식을 고취하기 위함에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코로나19' 확산으로 대학의 상황이 어려운 것은 알고 있고, 지역사회 감염의 우려로 온라인 강의를 시행할 수밖에 없는 것도 모두 동의하고 있는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김 씨가 주장하는 핵심은 "국가적 재난에 따른 피해자는 왜 항상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학생들'이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그는 "대학이 (개강 연기에 따른 등록금 반환 불가에 대해) 명확하고 타당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면 '등록금 인하 및 반환'의 목소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라고 역설했다.
김 씨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과는 별개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이하 전대넷)에서도 이 안건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전대넷은 최근 '코로나19 대응 대학가 대책 관련 전국 대학생 긴급 설문조사를 했다.
전대넷에 따르면 1만2613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 개강 연기 및 온라인 수업 대체 과정에서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83.8%였다.(매우 필요하다 59.8%, 필요하다 24%)
'코로나19'에 대한 대학의 대응조치로 겪고 있는 대학 생활 관련 피해(중복 선택)에 대해서는 49.4%가 '실기·실험·실습 등 온라인 대체가 불가한 수업 대안 미비', 40.9%가 '온라인 수업 대체로 인한 수업 부실'을 들었다.
김 씨의 주장 역시 마찬가지다. "실험 및 실기가 주된 수업인 예체능대학교, 공과대학교, 이과대학교, 의과대학교 학생들의 경우 '오프라인 강의 수업'이 중요하죠. 실험·실습이라는 이유로 문과대학교 학생들보다 상대적으로 등록금보다 학비를 비싸게 책정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외국인 학생들과 소통을 통해 정보 및 문화, 언어를 교류하는 것이 중요한 어학·어문계열 학생들은 오프라인 강의에서만 얻을 수 있는 학습 권리에 대해 온전한 보장을 받지 못하게 되죠. 학생과 교수 사이에서 질문과 답변 등 즉각적인 피드백도 이뤄질 수 없습니다. 게다가 단시간 내에 생산될 수밖에 없는 현재 특별 상황에 대한 '온라인 강의'는 평소 '오프라인 강의' 수준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김 씨를 비롯한 대학생들은 등록금에 '강의료'만 포함된 것이 아니라 학교 도서관, 강의실, 와이파이, 인터넷 강의, 실험실, 작업실, 인건비 등 '시설 및 장비 사용료'도 포함돼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이뤄진 교내 시설 사용을 학생들의 의지와 관계없이 잠정적으로 중단하는 현실도 '별도의 보상'으로 등록금 일부 반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학이 조금이라도 배려했다면…반발 없었을 것"
김 씨는 대학 측이 학생들을 위한 배려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즉, 현 상황에 대한 대학 측의 대응에 대해 학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추진했더라면 학생들의 반발을 덜 수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은 현재 등록금(300만~500만 원) 가치에 부합하는 대규모 온라인 강의를, 단시간 내에 생산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인프라 구축은 없다. 학교 측은 온라인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교수들에게 장비 및 강의 촬영 등 충분한 지원도 하고 있지 않다"면서 "대학은 학생들의 등록금이 오프라인 강의와 온라인 강의에 각각 어떻게 얼마나 쓰이는지 명확히 밝히지도 않았다. 온라인 강의 중심의 사이버대학은 한 학기 평균 등록금이 100만~200만 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물론 김 씨가 무조건적인 등록금 반환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등록금 반환에 있어서 특정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혼란이 가중될 것이 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씨는 이런 부분을 의식하면서 "사실 이 부분 때문에 청와대 국민청원을 추진하게 됐다. 학생들이 등록금 인하 및 반환을 책정하는 것이 힘들어서 정부의 힘을 빌리고자 하는 것"이라며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을 할 때 각각 발생하는 비용 등을 다방면(학교 시설, 장비, 실험, 실습, 인건비, 온라인 강의 제작 등)에서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비교한 데이터를 학교 측이 제공하고 정부 차원에서 이에 대한 평가를 거쳐 등록금 반환이 이뤄지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끝으로 대학 측과 재학생들을 향해 할 말이 있다고 했다.
"대학은 학생의 수요에 의해서 존재하는 집단입니다.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은 '등록금 인하 및 반환, 그리고 학교 측의 설명'입니다. 마지막으로 학우 여러분께 묻고 싶습니다. 진정한 대학의 주체는 누구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