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5일 전날 공개된 박 전 대통령의 옥중 편지를 놓고 가파른 날을 세우며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은 박 전 대통령의 옥중편지에 대해 “선거 개입”, “국정농단 세력의 재규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국정농단에 반성하기는커녕 국민 분열의 정치 행동에 나선 것은 안타깝다”면서 “탄핵당한 전 대통령이 옥중 정치로 선거 개입을 하는 행태도 묵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의당도 박 전 대통령을 맹렬히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상무위원회에서 “탄핵 세력의 부활을 공공연하게 선동한 또 하나의 국기문란 행위이자 촛불시민에 대한 중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심 대표는 “더 참담한 것은 미래통합당 지도부의 반응”이라며 “충성 경쟁은 통합당이 ‘도로 새누리당’을 넘어 ‘도로 박근혜당’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확인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박 전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정의당은 고발장에서 “박 전 대통령은 현재 공천 개입 사건으로 2년의 실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므로 선거권이 없고 선거운동을 할 수도 없다”면서 “옥중편지는 4·15 총선에서 통합당 후보들을 당선되게 할 의사를 비교적 분명히 밝히고 있다. 통합당에 대한 지지·호소는 선거운동이며 박 전 대통령에게 금지된 행위”라고 했다.
통합당은 ‘통합당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는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 환영하면서 총선 승리를 위한 보수통합 완수를 다짐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의 편지를 거론하며 “역사적 터닝포인트가 돼야 할 총선을 40여 일 앞두고 전해진 천금 같은 말씀”이라며 “오직 통합만이 승리로 가는 길이다. 미처 이루지 못한 통합의 남은 과제들을 끝까지 확실하게 챙겨나가겠다”고 말했다.
총선을 40여 일 앞둔 보수 진영의 대통합 논의도 한층 본격화할 전망이다. 현재 보수 야권에는 자유한국당이 탄핵 주도 세력인 유승민계의 새로운보수당과 신설 합당한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우리공화당과 자유통일당이 합당해서 만든 조원진·김문수 공동대표 체제의 자유공화당 등의 세력이 있다. 이에 ‘당 대 당’ 통합 논의를 진행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선거연대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의 ‘옥중 편지’를 계기로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미래한국당)을 통한 비례대표 의석 독식을 저지하기 위한 진보·개혁 진영의 비례대표 연대 구상도 추진력을 얻고 있다. 그간 군소정당의 불참 선언 속에 논의가 공전했다면, ‘보수 대 진보’의 대립 전선이 뚜렷해질수록 진보진영의 연대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는 관측이다.이에 각 당 지도부의 결단이 임박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