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관광업이 얼어붙으면서 해외 진출을 예고했던 국내 면세ㆍ호텔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5일 기준 한국발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는 총 92개국이다. 올해 롯데면세점과 신라호텔이 추진하는 신사업 지역은 베트남과 싱가포르인데, 7일부터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는 직항 노선은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항이 중단된다. 싱가포르도 입국 금지 대상을 대구·청도에서 한국 전역으로 확대했다.
현지에서 오픈 작업에 투입할 인력은 코로나19 사태 전 이미 파견한 만큼 오픈 자체에 차질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현지로 가는 길이 막히면서 오픈 작업을 최종 점검할 인력 투입은 어려운 상황이다. 또 오픈을 한다고 해도 관광과 소비가 위축된 만큼 오픈 이후 손님 모으기도 쉽지 않다.
롯데면세점은 베트남 다낭 시내면세점의 오픈 일자를 확정하지 못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하반기 베트남 다낭에 시내면세점 오픈을 예고했지만, 면세점이 들어설 쇼핑몰이 완공되지 않아 오픈을 한 차례 미뤘고, 올해 상반기 오픈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변수를 만나면서 오픈 일정을 정하지 못했다.
롯데면세점 측 관계자는 “베트남 다낭 시내점 오픈을 위해 올해 초 TF 인력을 발령 냈고 현지에서도 인력을 채용해 오픈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 오픈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본사에서 오픈 이후 가보지 못하는 게 문제다”라며 “프리 오픈 기간을 거쳐 상황이 나아지면 그랜드 오픈해야 할지 여러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6월 싱가포르 창이공항점 오픈도 앞두고 있는데 상황은 시내 면세점과 달리 공항에 입점하는 만큼 오픈을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싱가포르 창이공항점도 베트남과 마찬가지로 1월에 TF인력이 건너가 이미 오픈 준비 중이고,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오픈 준비도 빠듯한 상황이다”며 “창이공항은 24시간 운영이고, 주류ㆍ담배를 판매하는 만큼 비워둘 수 없어 6월 오픈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오픈을 미루면 입점 브랜드별로 다시 협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연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롯데면세점은 6월부터 6년간 싱가포르 창이공항 입‧출국장 면세점을 운영할 예정이다. 면적은 약 8000㎡(2500평) 규모로, 롯데면세점이 운영하는 해외 매장 가운데 가장 크다.
롯데면세점은 싱가포르 창이공항 운영권을 획득하기 전 2021년까지 해외 면세점 매출 1조 원 달성을 공언했는데 지난해 10월 창이공항 운영권 획득 후 올해까지 1조 원 매출로 목표가 앞당겨졌다.
신라호텔의 새로운 브랜드 ‘신라 모노그램 다낭’은 오픈이 미뤄져 현재 오픈 관련 방안을 논의 중이다.
신라 모노그램 다낭은 애초 2월 오픈 예정이었지만, 한 차례 미뤄져 4월 오픈을 예고했다. 이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4월 6일부터 호텔 예약을 받았지만, 오픈이 한 차례 더 미뤄지며 현재는 예약을 받지 않는 상황이다.
신라호텔 측 관계자는 “신라 모노그램 다낭은 위탁경영 방식으로 해외 진출하는 것인 만큼 운영사가 따로 있다. 현재 운영사 측과 오픈과 관련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신라호텔은 베트남 다낭을 필두로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등 10여 개 도시에 진출을 계획했다. 하지만 첫 단추인 ‘신라 모노그램 다낭’의 오픈이 미뤄지며 글로벌 호텔로 도약하기 위한 신라호텔의 움직임은 더뎌진 상황이다. 오픈이 미뤄진 신라 모노그램 다낭은 올해 상반기 안에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해외 진출이 예정대로 이뤄진다고 해도 코로나19 여파로 당분간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계획에 맞춰 오픈을 한다고 해도 문제는 장사가 잘되느냐다. 베트남 다낭은 한국인뿐 아니라 중국인도 많이 가는 관광 도시인데 코로나19로 여행을 자제하면서 오픈 이후 매출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또 코로나19로 우리나라가 위험 국가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한국 브랜드를 꺼리는 현상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만으로 입은 충격을 회복하는 데 1년 정도 걸렸는데 코로나19는 그 이상 걸릴 것으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