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농협 하나로마트 앞 인도에는 오전 6시 30분께부터 마스크를 사려는 시민들이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판매 예정인 마스크 물량은 630장으로 한 사람당 세 장씩 총 210명이 구매할 수 있다. 몇 시간의 기다림 끝에 마스크를 사기라도 한다면 다행이지만 물량 소진으로 이마저도 구하지 못한 시민은 힘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마스크 대란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예방하기 위해 많은 시민은 몇 시간씩 줄을 기다리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나마 구하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공급이 모자라 헛걸음을 하기 일쑤다.
이에 당·정·청은 마스크 수출을 거의 줄이고 생산업체의 주말 생산까지 독려하고 나섰지만 이미 1월 수출 물량이 지난해 연간 총액에 육박할 정도로 해외로 나간 마당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이낙연 코로나19 재난대책위원장은 4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청 회의에서 “마스크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모든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며 “수출 물량을 거의 없애라, 주말 생산까지 독려하라는 것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미 정부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국내에서도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산하면서 마스크 품귀현상이 나타나자 지난달 26일 오전 0시를 기해 마스크 수출을 제한하는 ‘마스크 및 손소독제 긴급수급조정조치’를 고시한 바 있다.
마스크 판매업자의 수출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생산업자도 당일 생산량의 10% 이내로 수출을 제한했다.
예외적으로 인도적 목적 등을 위해 마스크를 수출하는 경우로서 산업부 장관과 협의를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사전승인을 받은 경우 수출이 가능하게 했으나 이 역시 같은 달 28일 국내 수급이 우선이라고 판단, 예외 조치도 당분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 대책이 나오기 이전 이미 해외로 나간 마스크 물량은 적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 시점인 1월 한 달간 마스크 등 수출액이 지난해 연간 총수출액에 육박한 것이다.
한국무역협회의 무역통계를 보면 1월 기타 방직용 섬유제품의 수출액은 7261만1000달러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 수출액 829만6000달러의 8.8배이자 2019년 연간 수출액 8091만 달러의 89.7%에 이른다.
기타 방직용 섬유제품에는 마스크를 비롯해 섬유로 된 기타 제품이 들어간다.
마스크만 따로 분류한 통계는 아니지만 해당 품목의 매년 수출액이 엇비슷했던 점을 고려할 때 기타 방직용 섬유제품 수출이 1월 유독 늘어난 것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퍼지면서 마스크 수출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기타 방직용 섬유제품 전체 수출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84.5%에 달했다. 대(對)중국 수출액은 지난해 1월 82만 달러에서 올해 1월 6135만 달러로 75.2배 급등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관계자는 “대만처럼 초기에 수출을 막아 비축을 하고 이 물량을 소진하면서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했어야 했다”며 “정부의 상황 판단 미스로 마스크 대란이 벌어졌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