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부동산 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장도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시공사 선정 입찰을 위한 설명회나, 관리처분계획 변경 총회 등 당장 추진해야 할 일정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현장 참석 위주의 의사 결정 방식 대신에 온라인 중심의 전자투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달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높아지자 25개 지자구에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구청장 권한으로 대규모 행사를 막을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이달 20일까지 총회 및 행사를 자제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재건축ㆍ재개발 조합들은 줄줄이 총회 등 집회 일정을 연기하고 있다. 은평구 갈현동 갈현1구역 조합은 8일로 예정된 시공사 선정 총회를 미뤘으며, 응암2구역(8일)과 대조1구역(19일) 조합도 예정된 총회를 연기하기로 했다. 흑석9구역도 22일 진행하려던 조합원 설명회 일정을 늦추기로 했다.
아직 고민 중인 곳도 있다. 한남3구역은 이달 정기총회와 다음달 시공사 선정 임시총회를 계획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향후 상황 추이를 보며 개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조합원들에게 알린 상태다.
이처럼 정비사업 총회 일정이 잇달아 밀리면서 사업 추진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조합원들 간 갈등이 심화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재개발ㆍ재건축 등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의사 결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장에서는 주로 현장 참석이나 서면결의 방식 등 오프라인으로 의사결정에 나서고 있는데 이 같은 방식은 시대 흐름에 뒤떨어진 데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급 상황시 빠른 대처에 나설 수도 없다는 것이다.
정비업계에서는 전자투표 등을 도입해 현장 참석이나 서면결의 비율을 낮추는 방식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자투표는 상장회사 주주총회, 집합건물 관리단 집회, 공동주택 입주자대표회의 등 다양한 사회 의사결정 통로로 사용 중이다.
한남3구역 조합원은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알수 없는 상황에서 선정 총회를 못 열면 결국 사업이 그만큼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전자투표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자투표가 널리 활용될지는 의문이다. 서울시에선 2015년 정비사업의 주민의사 결정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온라인투표시스템을 활용한 전자투표 도입 등을 추진했으나 아직까지 활성화되지는 못한 상황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교수는 “고령의 조합원들이 많은 재개발ㆍ재건축 단지에서 전자투표를 실시할 경우 이들의 원활한 참여를 유도할 만한 대안이 없다”며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도 재정비 사업에 있어 전자투표와 같은 디지털 디바이드를 잘 활용하지 않는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