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과천 등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이달 ‘로또 단지’가 잇따라 분양시장에 등판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에 분양시장이 뒤숭숭해진 와중에도 일부 새 아파트 청약엔 수만 명이 몰리거나 청약가점 84점을 꽉 채운 만점자가 등장하고 있다. 새 아파트에 대한 기대감이 코로나19 감염증 공포를 뚫고 청약 광풍을 이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과천 지식정보타운 마수걸이 단지인 ‘과천 제이드 자이’가 3일 1순위 청약 모집에 나선다.
이 단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GS건설이 공동으로 시행하는 공공분양 아파트로 청약 자격이 까다로워 입주자 모집공고를 꼼꼼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 가점이 아닌 저축총액(납입 인정액)으로 당첨자를 선정하고, 납입 인정 회차는 24회 이상이어야 한다. 특히 과천시는 투기과열지구로 1순위는 무주택 세대주만 청약이 가능하다. 1순위 경쟁에선 청약통장 저축총액이 많을수록 당첨 가능성이 크다.
서울에선 강서구 마곡지구 9단지가 공공분양 바통을 이어받는다. 이 단지는 과천 제이드 자이처럼 투기과열지구에 들어서 해당 지역(서울)에 1년 이상 거주한 무주택 세대주여야 1순위에 청약할 수 있다. 1순위 경쟁에서 납입 인정액이 많은 청약자가 우선적으로 선정되는 점 역시 같다. 전매는 두 단지는 모두 10년 동안 제한된다.
업계는 이들 두 단지가 코로나19 사태로 혼란스러워진 시장 상황에도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선호도가 워낙 높은 거주지역인 데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절반 수준인 로또 단지이기 때문이다.
실제 과천 제이드 자이의 분양가는 3.3㎡당 평균 2195만 원으로 전용면적 49㎡가 4억3320만~4억555만 원, 59㎡는 5억1610만~5억4230만 원 선이다. 과천 지식정보타운과 가장 가까운 원문동 ‘래미안 슈르’ 전용 59㎡가 이달 12억2700만 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분양가는 시세보다 6억 원 이상 저렴하다. 이 단지가 로또 단지로 불리는 이유다.
마곡9단지도 전용 59㎡의 평균 분양가는 5억885만 원, 최고 분양가는 5억2515만 원이다. 전용 84㎡는 분양가가 평균 6억7532만 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2016년 입주한 인근 마곡 엘벨리8단지 전용 59㎡의 이달 최고 실거래액(9억5000만 원) 대비 4억 원 이상 낮다.
강남권에선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4차를 재건축하는 ‘르엘 신반포’가 분양 대기 중이다. 분양가는 롯데건설이 지난해 11월 단지 바로 옆에서 공급한 ‘르엘 신반포 센트럴’ 아파트(3.3㎡당 평균 4891만 원)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이 경우 전용 84㎡형은 분양가가 약 16억 원 선으로 2018년 입주한 잠원동 ‘아크로 리버뷰 신반포’(매매가 28억 원 선)와 비교하면 12억 원가량의 시세 차익이 가능한 셈이다.
고가 아파트는 지난해 12ㆍ16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금 부담이 커졌지만 분양 완판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1월 청약을 진행한 강남구 개포동 ‘개포 프레지던스 자이’(옛 개포주공4단지)는 평균 65대 1, 최고 283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정부 규제에도 자금력과 청약가점을 모두 갖춘 청약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최고 당첨 가점은 79점(만점은 84점)에 달했다.
마곡9단지와 과천 제이드 자이는 코로나19 사태로 모두 사이버 견본주택을 운영 중이다. 르엘 신반포 역시 사이버 견본주택 개관을 검토 중이다.
직방에 따르면 이달 서울 및 수도권에선 모두 1만2702가구가 분양된다. ‘핫’한 분양시장으로 떠오른 수원시 권선구의 ‘쌍용 더 플래티넘 오목천역’을 비롯해 규제 무풍지대인 인천 송도국제도시와 인천 부평에서 ‘힐스테이트 송도더스카이’와 ‘힐스테이트 부평’ 등이 분양 채비에 들어간다. 이들 대부분의 단지가 사이버 견본주택을 운영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최근 위례신도시에서 분양한 단지에 수만 명의 청약자가 몰린 것을 볼 때 코로나19 사태가 로또 청약 열풍을 꺾지 못할 것”이라며 “정부의 부동산 규제를 시장은 새 아파트 공급 부족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있어 수도권 내 입지가 좋은 신규 분양 단지에 대한 수요층은 더 탄탄하게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