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온라인금융투자연계법(이하 P2P금융법) 시행을 앞두고 조직 개편 등 건전성 강화에 나선다. P2P 대출의 성장세 속에서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자, 지금까지 여신금융검사국에서 담당하던 P2P 업체 검사와 제재에 관한 권한을 일체 핀테크혁신실로 위임했다.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동산금융 혁신 사례로 극찬한 P2P 업체 ‘팝펀딩’마저 사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등 P2P 업체들의 잇따른 원금손실 문제가 불거지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26일 조직개편을 통해 여신금융검사국에 속해 있던 대부업 3팀을 없애고, 해당 팀의 업무를 핀테크 혁신실로 이관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여신금융검사국에서 담당했던 P2P 업체 검사 및 제재 업무는 핀테크혁신실이 전담한다. 금감원은 이미 해당 조직 개편안을 바탕으로 올해 초 ‘2020년 연간 검사 계획 및 일정’ 수립을 완료한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핀테크혁신실로 검사 권한이 넘어오기 전에 진행됐던 검사들은 여신금융검사국에서 마무리 지을 것이고, 이달 이후부터 시작되는 모든 검사는 핀테크혁신실에서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이 P2P 업체 검사와 관련한 조직 개편에 적극적인 이유는 오는 8월 시행되는 P2P금융법과 무관하지 않다. 윤 원장은 P2P금융법 시행을 발판 삼아 핀테크혁신실이 P2P 업체 관리·감독에 집중하게 만들어, 소비자 민원이 증가하는 원금손실과 연체 문제를 본격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동안 P2P 업체는 정체성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대부업법을 적용받는 등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그러다 보니 금감원이 특정 업체를 검사 후 부실이나 사기 정황을 적발해도, 관련 금융법을 적용하기 어려웠다. P2P금융법이 시행되면 금감원은 정확한 법률에 근거해 P2P 업체들의 대출 실태를 관리하고 제재를 가하게 된다.
P2P금융법은 P2P 업체들이 연계 대출 규모에 따라 자기자본 규모 등의 등록요건을 갖춰 금융위원회에 등록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부실 위험이 있는 업체들은 등록 자체가 쉽지 않다. 또한 등록 후 초기 자기자본의 70% 이상을 유지해야 하므로 금감원이 업체들의 재정 건전성을 파악하기가 용이하다.
일각에서는 P2P금융법 시행 이후 일정 기간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법이 시행되는 8월 전까지는 P2P 업체들이 대부업법을 적용받다가, 8월 이후부터는 P2P 금융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검사를 받는 업체들은 1년 동안 두 가지 법에 따라 경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P2P 금융법은 P2P 업체들의 등록 유예기간을 1년으로 두고 있어서 8월에 법이 시행되더라도 등록을 내년으로 미루면 내년부터 해당 법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