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 현장 셧다운 공포, 경제 앞이 안보인다

입력 2020-03-01 17:17 수정 2020-03-0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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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한국 수출이 15개월 만에 증가했다. 지난해와 달리 설연휴가 1월로 앞당겨지고 윤년 효과로 조업일수가 전년보다 3.5일 늘어난 영향이 컸다. 하루 평균 수출은 1월 반짝 증가세를 보였다가 2월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수출 회복과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타격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2월 수출은 작년 같은 달보다 4.5% 증가한 412억6000만 달러였다. 2018년 12월부터 지속된 하락세에서 반등했지만 하루 평균 수출은 18억3000만 달러로 11.7% 줄었다. 최대 시장인 중국에 대한 수출이 급격히 위축됐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대중국 수출이 1월 10.7% 줄어들었고 2월에도 89억 달러로 6.6% 감소했다. 하루 평균 수출은 21.1%나 쪼그라들었다. 특히 중국 내 공장가동 중단에 따른 자동차와 부품,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의 수출 감소폭이 30∼40%에 이르렀다.

3월은 조업일수 영향이 없어지고, 코로나19의 파장이 2월보다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다. 또다시 수출의 큰폭 후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코로나19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질 조짐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 전반의 소비 위축으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 또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수출에 기댄 한국 경제가 결정타를 맞게 될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가장 심각한 것은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통제 불능으로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면서 산업계가 사업장 가동중단(셧다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감염 환자들은 전국적으로 확산해 4000명에 이르고, 앞으로도 1주일 이상 확진자가 급증할 공산이 크다. 사업장에서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시설을 폐쇄하고 공장을 멈춰야 한다.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에서 지난달 22일에 이어 29일 확진 직원이 발생했고, 같은 곳의 LG디스플레이 공장 내 은행 직원이 환자로 판명돼 일부 시설이 폐쇄됐다. 현대자동차 울산2공장도 확진자가 나와 공장을 멈췄다. 근로자들이 밀집 근무하는 자동차·조선 등의 사업장일수록 공포는 극에 달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코로나19로 국내 반도체 공장이 멈추는 상황을 한국 경제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보도했다.

생산현장이 코로나19에 오염되고 셧다운되면 나라 경제 전반에 연쇄적인 충격을 가져온다. 그런 상황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기업들은 총력을 기울여 자체 방역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정부는 2월 수출이 반짝 늘어나자 반등의 모멘텀을 마련했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착각이다. 코로나19 후폭풍이 가져올 위기의 심각성을 아직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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