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로 정보통신기술(IT) 사업을 하는 현대오토에버가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하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 등 그룹 전반이 '모빌리티'에 집중하고 있어 향후 성장 가능성도 밝은 상태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달 상장 1주년을 맞는 현대오토에버의 주력 사업군은 시스템 기획ㆍ개발인 SI(System Integration) 부문과 시스템 운영을 뜻하는 ITO(IT Outsourcing) 부문이다.
최대주주는 지분율 28.48%의 현대차이며, 기아차와 현대모비스는 각각 19.05%,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9.57% 지분을 갖고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지난해 매출 1조5718억 원, 영업이익 802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0.3%, 영업익은 14.3% 증가했다. 이 회사가 거둔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익이다.
해외 법인 중에서는 중국을 제외한 미주 유럽 인도 법인 매출이 모두 두 자릿수 이상 증가했다. 미주와 유럽 법인은 현지 현대ㆍ기아차 홈페이지 개편 사업과 디지털 카 키, 커넥티드카 시스템 계약으로 각각 매출이 전년 대비 15% 늘었다. 특히 인도 법인은 기아차가 인도에 새로 건설한 공장의 IT 지원 사업 덕에 매출이 76% 급증했다.
현대오토에버는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에 방점을 찍은 현대차그룹의 사업 방향의 최대 수혜자로 평가받고 있다. 스마트 모빌리티 구현에는 IT 서비스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회사를 완성차 제조업에서 벗어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로 탈바꿈시킬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룹 전반에서 모빌리티 서비스와 관련한 연구와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배경이다.
대표적으로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차가 지난해 12월부터 두 달간 인천 영종도에서 시범 운영한 수요응답형 버스 I-MOD(아이 모드) 사업에 참여했다. I-MOD는 주민 수요에 따라 실시간으로 노선을 바꾸며 운행하는 버스다. 승객이 스마트폰 앱으로 호출하면 인공지능을 활용해 최적화한 경로가 생성돼 버스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방식이다. 현대오토에버는 이 사업의 IT 시스템 개발과 운영을 전담했다.
I-MOD 사업은 지난 17일 국토교통부의 ‘스마트시티 챌린지 본사업’ 대상자에 선정되며 향후 더 다양한 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 현대차는 이 사업을 기존 교통수단인 택시와 버스, 지하철 등을 연계한 다중 모빌리티 사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라 현대오토에버의 수주도 이어질 전망이다.
모빌리티 사업뿐 아니라 현대차그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신축할 계획 역시 현대오토에버에 호재다. 현대오토에버는 건설 단계에서의 현장 안전 확보 시스템부터 완공 후 통신, 스마트 빌딩 운영까지도 담당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대오토에버가 향후 6년간 GBC 사업으로 1850억 원가량을 수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도 있지만, 회사 측은 되려 이를 기회로 이용할 계획이다. 오일석 현대오토에버 대표이사는 지난해 기업공개(IPO) 자리에서 "현대차그룹이 제조업에서 서비스기업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IT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내부일감 처리도 벅찬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행법에 저촉될 가능성도 작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 5조 원 이상 대기업집단에서 총수 일가 지분이 30% 이상인 상장사가 내부거래금액이 200억 원을 넘거나 연 매출의 12% 이상일 때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현재 현대오토에버의 총수 일가 지분은 10% 미만이다. 애초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이 19.47%에 달했지만, 기업공개 이전 주식 매각으로 지분을 9%대로 낮춰 위험 부담을 덜었다. 다만, 공정위는 최근 대기업이 시스템통합(SI) 부문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에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회사 측은 고객사를 다변화해 장기적으로 그룹 의존도를 낮춰갈 계획이다. 현대오토에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 등 범(汎)현대가와 부품 협력사로 외부 고객을 늘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