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고 싶지 않아요. 정말 너무 화가 납니다.”
27일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운영하는 서울 목동의 행복한백화점 4층에서 만난 한 시민은 마스크 5장이 든 종이봉투를 흔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마스크 5장 사는데 이렇게 줄을 서야하는 상황을 만드는 게 과연 정부가 할 일인가”라고 토로했다.
이날 오전 행복한백화점 내·외부는 대혼잡이 빚어졌다. 중기유통센터가 오전 11시부터 1인 당 마스크 5장씩을 마진없이 1장당 1000원에 판매한다는 정보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개점시간인 10시30분 이전부터 건물앞에 사람들이 줄을 섰다. 판매부스가 마련된 백화점 4층에는 무려 층 전체를 빙둘러 두 바퀴가 넘게 장사진이 쳐졌다. 건물내부도 모자라 건물밖까지 인파가 이어졌다.
이날 중기유통센터가 준비한 마스크 수량은 3만 장. 6000명 분량이다.
중기유통센터 관계자는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아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정말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번 코로나 19 확산에 대해 대체적으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많은 양이 아닌 1인당 5장이었지만 그나마라도 구매를 해놔야 한다고 시민들은 대체로 비슷한 생각을 피력했다.
가능한 모든 가족을 동원해서 나왔다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시민들은 일제히 위험을 무릅쓰고도 사람 많은 곳을 찾아올 만큼 마스크 구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11살짜리 딸을 데리고 현장을 찾은 한 여성은 “마스크 사놓은 것도 여유가 전혀 없고 웹에서는 전혀 구할 수가 없어서 어쩔수 없이 나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행복한백화점이 있는 양천구에는 전날 코로나19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지역내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침 9시부터 줄을 섰다는 70대 노부부는 정부의 전염병 관리와 사후대처에 문제가 많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남편 A씨는 “마스크를 이렇게 줄서서 사야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이런 위기상황에서 마스크 수급도 제대로 못하는 정부를 어떻게 믿을 수가 있는가”고 말했다.
마스크 수급 안정화를 통해 널뛰는 가격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직장에서 잠시 조퇴하고 마스크를 사러나왔다는 한 40대 여성은 “수입이 없는 노인들은 마스크가 너무 비싸 못쓰고 다니는 경우도 봤다”며 “수급을 빨리 안정화 시키는 게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중소기업유통센터 일부 직원들을 비롯해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직원들이 줄을 서서 마스크를 구매하는 모습을 보였다. 몇몇 유통센터 직원들은 구매한 마스크를 모아서 나눠갖기도 했다.
한 시민은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에게 도움이 돼야 할 공기관 직원들이 보일 모습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전반적으로 코로나 19 전염 가능성에 대해서 다소 날카로울만큼 민감하게 반응했다. 심지어는 말을 걸어도 대화조차 피할 만큼 예민한 모습이었다.
한편 중소기업유통센터는 행사를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28일에도 판매 행사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중기유통센터측은 추가물량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중소기업유통센터 관계자는 “정확하게 물량을 특정할 수는 없지만 공급을 계속해서 받아 마스크 시장을 안정화 시키는 데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