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은 나흘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일대비 10원 가까이 떨어지며 하루 낙폭도 20일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 다만 개장과 함께 1220.5원을 보이며 6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줄었다는 소식이 영향을 미쳤다. 실제 당국은 이날 오전 코로나19 신규환자가 60명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날까지 하루 수백명씩 늘던 것에 비하면 증가세가 크게 꺾인 것이다.
코로나19 백신개발을 위해 미국이 4월달 임상을 진행한다는 소식도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장초반 외환당국 개입추정 물량도 있었다. 위안화도 하락했고, 전날 3% 넘게 폭락했던 코스피도 1% 넘게 반등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반면,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이틀연속 7000억원 넘게 매도하면서 하단을 지지했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다소 우호적인 소식들이 전해지면서 안도한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여전히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27일로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도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큰 가운데 외환시장에도 변동성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1200원에서 1220원 내지 1223원 사이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초가인 1220.5원이 장중 최고가였다. 이는 지난해 8월26일 장중 기록한 1220.8원 이후 최고치다. 장중 최저가는 1208.8원으로 장중 변동폭도 11.7원에 달했다. 이 또한 1월3일 보인 11.7원 이후 최대폭이다.
역외환율은 이틀째 하락했다.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서 원·달러 1개월물은 1218.7/1219.0원에 최종 호가돼 전장 현물환 종가보다 0.9원 내렸다.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는 “어제 뉴욕 3대 증시가 3% 이상 폭락하는 극심한 위험회피 상황에도 불구하고 원·달러는 시작하자마자 하락하기 시작했다. 외국인이 코스피를 많이 팔았지만 코스피 자체는 기관 매수세로 훈풍이 불었다. 확진자수 증가세가 줄었다는 소식과 함께 미국쪽에서 4월에 신약개발을 위한 백신 임상을 진행한다는 뉴스에 크게 반응했다. 위안화도 많이 하락했다. 장초반 당국의 환시개입 추정 물량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도 줄곧 하락할 수 있는 분위기였으나 1210원에서 막혔다. 확진자수가 획기적으로 감소하기 전까진 1200원대는 유효할 것 같다. 떨어지더라도 1205원 내지 1203원을 하단으로 보고 있다. 위쪽은 1220원, 이게 뚫리면 1223원가지 보고 있다”며 “금통위도 영향을 줄 것 같다. 시장 기대처럼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추가 인하 가능성을 차단한다면 원·달러는 많이 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원·달러는 크게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국내 확진자 급증세가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원·달러가 하락했다. 다른 통화들도 원화와 맞물려 움직이는 것 같았다. 주가도 상승했다. 반면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어제만큼 팔았다. 환율 하단 지지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코로나19가 안정세라 보기 어렵다. 세계적 확산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라 당분간 불안한 양상은 계속될 것 같다. 고점에선 당국 경계감도 있겠다. 이번주 원·달러는 1200원에서 1220원 정도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금통위 결과에 따라 외환시장 변동성도 클 것 같다. 다만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더라도 향후 인하 기대가 유지된다면 영향력은 제한적일 듯 싶다”고 덧붙였다.
오후 3시40분 현재 달러·엔은 0.08엔(0.07%) 상승한 110.82를, 유로·달러는 0.0005달러(0.05%) 오른 1.0854달러를 기록 중이다. 역외 달러·위안(CNH)도 0.0348위안(0.49%) 올라 7.0058위안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에는 6.9688위안까지 떨어져 7위안(포치·破七)을 밑돌기도 했다.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24.57포인트(1.18%) 급등한 2103.61을 보였다. 다만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7696억5400만원어치를 매도했다. 외인은 전날에도 7860억2300만원어치를 순매도해 3개월만에 최대 순매도를 기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