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5480억 달러 규모의 운용자산을 자랑하는 네덜란드 연기금 APG는 보유한 6000만 유로(약 790억 원) 상당의 한전 지분 대부분을 매각했다. 영국 성공회도 연말까지 한전이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투자를 철회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APG는 성명에서 “한전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멤버들은 자신들의 결정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글로벌 금융시장은 현재 석탄 화력발전 부문을 거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성공회의 83억 파운드(약 13조 원) 규모 투자 포트폴리오를 감독하는 ‘영국 성공회 재무위원회’는 답변을 거부했다.
한국 대기업 중 하나이며 지분 과반을 정부 기관이 소유한 한전이 이런 압박을 받는 것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탄소 배출과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져가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FT는 풀이했다. 심지어 빌 게이츠 같은 저명인사가 투자자들이 화석연료 투자로부터 이탈하는 것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음에도 이런 트렌드가 가속화하고 있다.
해외에서의 새로운 석탄 광산과 발전소에 대한 한전의 투자 계획에도 투자자들은 반발하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승인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청정에너지로 나아갈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한전이 실제로는 정반대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다.
한전은 지난달 “해외 투자 초점을 재생가능 에너지와 탄소를 덜 배출하는 발전소에 맞출 것”이라고 밝혔지만 “제한된 범위에서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석탄 화력발전소 투자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혀 기후변화 대응을 중시하는 해외 투자자들의 심기를 불편케 했다는 평가다.
이런 프로젝트 중에는 인도네시아 자바에 480억 원을 들여 건설할 새 석탄 화력발전소도 포함됐다. 또 지난달 한전은 홍콩 소재 에너지그룹 CLP로부터 베트남의 한 석탄 화력발전소 프로젝트 지분을 사들였다. CLP와 주거래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SC)는 석탄 부문에 대한 파이낸싱을 중단한다는 새 정책에 따라 해당 프로젝트에서 손을 뗐다.
한전은 이런 투자는 해당 국가들의 전력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며 세계은행(WB)의 환경 기준도 충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바 프로젝트에 대한 한전 이사회 결정은 이달 내 이뤄질 전망이라고 FT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