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총선 청사진, ‘수도권 방어+호남 탈환’ =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 모두 ‘과반 의석’인 150석 달성을 이번 총선의 목표로 제시했다. 두 당의 현재 의석수(129석, 114석)을 훌쩍 웃도는 수치다. 실현 가능성과 별개로 의석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질적으로는 ‘원내 1당’이 되기만 해도 총선에서 승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공통된 기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0일 선거대책위원회를 공식 출범하고 공식 선거체제에 돌입했다. 민주당의 시나리오는 크게 ‘수도권 방어’와 ‘호남 탈환’으로 요약된다. 민주당은 20대 총선 당시 서울(35석)·인천(7석)·경기(40석) 등 수도권에서 총 82명의 지역구 당선자를 배출했다. 수도권 의석 122석의 67.2%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는 민주당이 20대 총선 전체에서 ‘원내 1당’이 될 수 있었던 배경이 됐다.
다만 수도권 여론 환경은 지난 선거와 다른 것으로 평가된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에서 이른바 ‘친박(친박근혜) 공천’ 파동이 불거진 영향으로 중도층이 대거 민주당에 힘을 실어줬지만 이번에는 그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영입인재 2호 원종건 씨의 데이트 폭력 논란, 임미리 교수 칼럼 고발 취소 사태, 서울 강서갑 공천 논란 등 악재가 이어진 데 따른 당 안팎의 우려도 크다.
민주당으로서는 여당 지지세가 강한 호남에서 의석수를 회복하는 것도 이번 총선의 주요 과제다. 민주당은 2016년 총선 당시 ‘안철수 돌풍’ 영향으로 호남에서 3명의 당선자를 배출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준연동형 비례제 도입의 영향으로 민주당의 비례대표 의석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줄어든 의석 이상을 호남에서 얻어야 최소한 현상 유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합당, 반대했던 ‘연동형 비례’에 기대감 = 미래통합당이 가진 시나리오는 ‘수도권’과 ‘PK(부산·경남)’에서 의석수를 회복하는 것이다.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2016년 총선에서 수도권 전체 122석 중 사상 최저승률인 35석(28.7%)으로 참패한 바 있다. 당시 서울, 그중에서도 강북은 사실상 ‘전멸’이었다. 통합당 관계자는 “서울·경기·인천을 비롯한 수도권과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결과가 19대 총선만큼만 나와도 전체 선거에서 민주당에 확실한 우위를 점할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통합당이 큰 기대를 갖고 있는 부분은 ‘준연동형 비례제’ 도입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3일 미래통합당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등록을 승인한 뒤로 미래한국당이 비례대표를 ‘싹쓸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미래통합당이 비례 후보를 내지 않고 미래한국당에 정당 표를 몰아주는 경우 최대 140석 이상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국회 통과 당시 자유한국당(통합당의 전신)이 극구 반대했던 선거제도 개정안이 오히려 득이 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투표율 역시 선거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될 수 있다. 전체 투표율이 낮아지면 특정 유권자집단의 표심이 결과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연령별 투표율을 보면 2016년 총선의 경우 40대 이하 투표율은 50%대 초반으로 2명 중 1명은 투표를 하지 않았던 반면, 50대는 60%를 넘었고 60대 이상은 70%에 가까웠다. 통상 고령층으로 갈수록 보수적 투표성향을 띤다는 점을 함께 감안하면 전체 투표율이 낮을수록 보수정당에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한 부분이다.
◇‘수도권 빅매치’ 속속 윤곽… ‘1명 당선’ 이상의 의미 = 총선 날짜가 가까워오면서 여야의 대표적 인사들 간 대진표가 형성된 ‘수도권 격전지역’에도 관심이 쏠린다. 여야 모두 공통적으로 수도권의 총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이들 지역에서의 성패는 단순히 ‘당선자 1명’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정치 1번지’ 서울 종로는 일찌감치 유력 대선주자들의 ‘빅매치’가 성사돼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민주당의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일전을 벌이게 돼 대선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 현재로서는 이 전 총리가 앞선 가운데, 황 대표가 추격하고 있다는 게 각 캠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황 대표 측은 “추격할 일만 남았다. 선거 전에 따라잡으면 이기고 못 따라잡으면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