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사회책임투자와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주주의 권리라는 의견과 경영권 침해라는 주장이 공방을 벌인다. 류영재(59)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최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자와 기업 간 대화를 강조했다. 사회책임투자의 불모지였던 국내 자본시장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를 제시한 그는 지난해 말 기업과 투자자 간 대화의 장을 열고자 ‘사단법인 기업거버넌스포럼’을 출범했다.
류 대표가 사회책임투자를 처음 접한 것은 13년의 증권사 생활 후 40대에 느지막이 떠난 영국 유학에서다. 그는 “기업의 가치를 결정하는 데 재무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ESG가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한국에 알리려 책임투자 및 의결권 자문기관 서스틴베스트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사회책임투자란 재무적인 분석과 함께 ESG 요소를 고려하고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기업가치를 높여나가는 것이라 류 대표는 설명한다. 그는 “증권사에서 일할 때 주가와 기업가치 간 ‘갭’이 있었는데 일정 부분은 ESG가 차지한다고 본다”며 “중장기적으로 제대로 된 ESG 투자를 할 수 있다면 그렇지 않은 투자보다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에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을 출범했다. 류 대표는 거버넌스포럼의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핵심 이해관계자인 기업과 투자자가 중심이 돼 한국에 맞는 ‘실사구시’적인 거버넌스 논의를 하기 위해 포럼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거버넌스포럼은 출범 후 두 달간 내부 조직을 정비하고 KB금융지주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칭찬하는 보도자료도 냈다. 회원도 확충 중이다. 거버넌스에 관심 있는 이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세미나도 격월마다 열 계획이다.
최근 국내 연기금과 기관투자자, 기업에서도 사회책임투자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2018년 수탁자책임에 대한 원칙(스튜어드십 코드)을 도입하고 지난해 말에는 적극적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책임투자도 강화하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류 대표는 국내 연기금의 책임투자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도 자금의 가장 상단에 있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이 ‘낙수효과’를 발휘해주길 촉구했다. 일본공적연금(GPIF)은 위탁운용사에 스튜어드십 코드 및 ESG 도입과 책임투자 이니셔티브 책임투자원칙주도기구(PRI) 가입을 요구한다. 운용사들이 연기금의 돈을 받기 위해 ESG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책임투자 시장이 급성장했다.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류 대표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주총 시즌에만 반짝 주주권을 행사하고 끝나는 게 아니다”라면서 “언제나 주주 이익을 훼손하는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 이를 모니터링하면서 문제가 있으면 기업과 계속 대화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활동이 연중 내내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