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호출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가 19일 법원으로부터 첫 합법 판결을 받으면서 모빌리티 시장이 새국면을 맞게 됐다. 다만 택시 업계와의 마찰 등 타다 서비스를 둘러싼 논쟁은 격화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박상구 부장판사는 19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쏘카 대표와 자회사 VCNC 박재욱 대표, 두 법인에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타다는 이용자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운전기사가 딸린 11인승 승합차를 호출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차량 공유업체 쏘카로부터 VCNC가 승합차를 빌려 운전기사를 포함해 다시 이용자에게 빌려주는 방식이다.
검찰은 타다의 본질이 ‘불법 콜택시 영업’이라며 두 법인과 이 대표와 박 대표를 기소했다. 반면 타다 측은 ‘기사 딸린 렌터카’ 서비스를 제공한 것 뿐이라고 맞섰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임차한 사업용 자동차를 유상 운송에 사용하거나 이를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그러나 같은 법 시행령은 11~15인승 승합차의 경우 운전자 알선을 허용한다고 규정한다. 이 대표 측은 이러한 시행령 조항을 근거로 불법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박 부장판사는 타다 앱으로 차량을 호출한 이용자에게 승합차를 사용하도록 하는 행위를 ‘초단기 승합차 임대차(렌트)’라며 이 대표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박 부장판사는 “타다 서비스는 이용자의 직접 운전 없이 이동 편의를 높이기 위한 분 단위 예약 호출이고, 이용자가 필요한 시간에 주문형으로 임차하는 일련의 계약관계가 VCNC의 모빌리티 플랫폼에서 구현되는 렌터카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이어 “타다의 모바일 플랫폼에서 전자적으로 이뤄진 쏘카와 이용자의 거래 형태는 계약자유의 원칙상 유효할 뿐만 아니라, 임대차 계약의 성립 자체를 부정할 수 없어 그에 따른 법률 효과가 부여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박 부장판사는 이용자가 타다의 승합차를 사용해 이동하는 행위를 ‘여객 운송’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박 부장판사는 “타다 이용자는 임대차 계약에 따라 초단기로 렌트한 승합차를 인도받은 사람으로, 운송계약에 따라 운송되는 여객이 아니다”며 “고전적 이동수단의 오프라인 사용관계에 기초해 처벌 범위를 해석하고 확정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박 부장판사는 이 대표와 박 대표의 고의성도 없다고 봤다. 이들은 택시보다 비싸게 요금을 책정했으며 △서비스 출시 전 적법성에 대한 법리 검토를 거친 점 △국토교통부의 행정지도가 없던 점 △서울시도 행정 처분을 한 바가 없는 점 등을 이유로 꼽았다. 타다 서비스 출시 이후인 지난해 서울 택시의 매출이 증가한 사실도 거론했다.
이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택시보다 비싼 요금을 지불하고서라도 타다를 이용하는 것은 시장의 선택”이라며 “두 대표가 모빌리티 사업의 리스크를 인지하고, 검토 분석해 혁신 보다는 낮은 수준으로 플랫폼을 설계한 타다를 시장에 출시한 사정만으로는 이들이 처벌 조항을 회피하려고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 부장판사는 무죄를 선고하면서 “택시 등 모빌리티 산업의 주체들과 규제 당국이 함께 고민해서 건설적인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이 계속될 재판의 학습효과이자 출구효과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 등에 대한 무죄 선고가 나오자, 법정에서는 택시업계 관계자들의 고성이 쏟아졌다. 이들은 “이게 왜 무죄냐”며 큰소리로 항의했다.
선고 후 법정을 나선 박재욱 대표는 “우리 사회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모빌리티 생태계를 더 잘 만들어가기 위해 택시업계와도 상생하고 협력할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검찰은 “고발인과 피고인 양측의 주장을 심도 있게 살펴 공소를 제기했다”며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