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SK텔레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요구하는 개인정보 관리 수준을 좁게 해석한 만큼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관련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순형 부장판사)는 14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SK텔레콤 법인과 육모 씨 등 임직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SK텔레콤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행위를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업체 대표 2명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병ㆍ의원 약국 처방전을 단순히 중계하는 역할을 했고, 이를 개인정보보호법이 처벌 대상으로 한 개인정보 처리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료법에서 규정한 개인정보의 '탐지'는 전자 처방전에서 개인정보를 찾아 그 내용을 알아내는 행위"라며 "SK텔레콤 측이 병ㆍ의원에서 전송받은 처방전을 암호화 상태로 임시보관하다가 약국에 전송한 것뿐이므로 그 내용을 취득하는 등 탐지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SK텔레콤이 약국으로 전송한 처방정보는 이미 환자가 약국에 제시한 종이 처방전과 기재 내용이 동일하다"며 "종이 처방전 내용과 동일한 처방 정보를 단지 전자방식으로 전송한 것으로 개인정보 유출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SK텔레콤과 임직원들은 병ㆍ의원과 약국 사이에 개인정보를 단순하게 전달하는 역할의 업무만 수행한 것으로 더 살펴볼 필요 없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형사 처분할 수 없어 무죄로 판단했다"고 판시했다.
SK텔레콤은 2010년 의사들이 환자 정보를 입력한 전자처방전을 중계하는 방식으로 약국에 정보를 전송하고, 이를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사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병원과 환자 등의 동의를 받지 않고 약 2만3000개 병원으로부터 민감정보 7800만 건을 받아 서버에 저장ㆍ처리하고, 수수료로 약 36억 원을 챙긴 혐의로 2015년 7월 기소됐다.
이 사건은 2017년 2월 1심 선고가 예정돼 있었지만, 해당 사건과 관련된 개인정보를 모두 특정해 서면으로 제출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기약 없이 미뤄졌다. 이후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재판은 계속 지연됐고, 재판부 변경까지 이뤄지면서 지난해 2월 재개됐다.
한편 이날 4400만 명의 개인 의학 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지누스, 약학정보원, 한국IMS헬스 등에 대한 1심 판결도 나왔다. 재판부는 김대업 대한약사회장(전 약학정보원장)과 양덕숙 전 약학정보원장, 허경화 전 한국IMS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약학정보원은 건강보험 청구 프로그램을 통해 처방전 약 43억 건을 개인 동의 없이 수집해 한국IMS헬스에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누스는 병ㆍ의원에 의사들의 업무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요양급여비용 청구와 관련해 사전 점검과 실시간 점검 업무 등을 위탁받아 정보를 수집한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