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피라고 할 수 있는 돈이 돌지 않고 있다. 자금이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과 요구불예금에 집중적으로 몰리면서 사실상 현금처럼 쓸 수 있는 광의통화(M2)가 3년10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협의통화(M1)도 2년2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통화유통속도를 엿볼 수 있는 통화승수는 넉달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M1도 9.6% 확대된 927조1000억원을 보였다. 이 역시 2017년 10월(9.8%) 이후 가장 큰 폭이다.
M2란 현금통화와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을 포괄하는 M1에 머니마켓펀드(MMF)와 수익증권, 2년미만의 정기예적금과 금융채, 금전신탁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방중권 한은 금융통계팀 차장은 “연말 재정집행에 따라 지방정부가 갖고 있던 2년미만 정기예적금 자금이 기업 쪽으로 넘어갔고, 기업은 주로 수시입출식예금에 자금을 넣은 때문이다. 또, 기업대출이 증가한 것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업뿐만 아니라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계) 자금도 급증했다는 점에서 이같은 설명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실제 경제주체별로 보면, 지난해 같은기간과 견줘 가계 및 비영리단체는 6.5% 증가한 1496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7년 11월(6.7%)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기업은 8.7% 증가한 791조9000억원으로 두달 연속 8.7% 증가세를 이어갔다. 다만 작년 8월(8.9%) 증가폭엔 미치지 못했다.
상품별로 보면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은 8.4% 증가한 560조5000억원을, 요구불예금은 12.2% 급증한 253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2017년 10월(8.8%)과 2017년 1월(14.3%)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반면, 만기2년미만정기예적금은 9.8% 늘어난 1202조8000억원을 보였다. 이는 2018년 9월(9.4%) 이후 처음으로 한자릿수대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방 차장은 “가계의 경우 수시입출식 정기예금이 늘긴 했는데 딱히 특징이 잡히진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전월대비로 보면 M2는 0.6% 증가한 2909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본원통화는 1.2% 늘어난 186조원을 보였다. 이에 따라 본원통화 대비 M2는 15.64배에 그쳤다. 이는 역대 최저치를 보였던 작년 8월(15.57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