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소규모 헤지펀드인 유경PSG자산운용이 우리나라 영화산업에 대한 독특한 투자 전략으로 대박이 나 눈길을 끌고 있다.
유경PSG에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상 4관왕을 차지했다는 소식은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이 됐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은 외국 영화로는 처음으로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에 선정됐다. 유경PSG는 기생충에 50만 달러(약 6억 원)를 투자했는데, 지금도 흥행 가도를 달리는 기생충이 아카데미 수상 후 더욱 많은 박스오피스 수입을 내고 있어 막대한 투자 수익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고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소개했다.
1100만 달러 제작비가 들어간 기생충은 지금까지 1억6500만 달러를 벌었다. 또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북미 영화관들이 상영관을 2000곳으로 종전보다 두 배 늘려 더 많은 수입이 예상된다.
유경PSG는 1조7000억 원의 자산을 운용하는데 영화펀드 운용자산 규모는 31억 원에 불과하다. 이런 작은 영화펀드가 주목받는 것은 독특한 투자전략 때문이다. 이 펀드는 CJ그룹이 배급하는 영화만을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다. KB증권이 정리한 데이터에 따르면 이 펀드는 2018년 7월 출범 이후 지금까지 투자수익률이 72.1%에 달했다. 기생충 이전에도 ‘극한직업’과 ‘엑시트’ 등 대형 히트작들을 통해 쏠쏠하게 재미를 봤다.
이 펀드의 성공은 세계적인 금리 하락 기조 속에서 투자자들이 영화펀드와 같은 더욱 모호한 대체투자에 자신의 돈을 어떻게 투자하는지 보여준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특히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은 K팝과 드라마 등 한류 수출이 한국 경제에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가운데 나왔다.
삼성증권의 앤디 김 애널리스트는 “영화펀드는 현재 각광받고 있다”며 “기생충의 인기는 더 많은 수요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틈새시장 투자의 높은 변동성, 영화 흥행 여부 판단 어려움 등으로 투자자 기반을 넓히는 것이 여전히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경PSG의 펀드만이 기생충 성공으로 재미를 본 것은 아니다. 이 영화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 주가는 이번 주 약 90% 폭등했다. 주요 투자자이자 마케터인 CJ ENM도 상한가를 치고 있다. 영화 속에 나온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제조사인 농심 주가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