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이 안 되는 기사를 쓰는 사람이지.”
한 선배에게 법원 기자에 관해 묻자, 돌아온 대답입니다. 법조 기자는 분야가 둘로 나뉩니다. ‘검찰 기자’와 ‘법원 기자’. 검찰 기자가 맡는 수사 과정에서 나오는 기사는 흥미롭고, 파격적이고, 신선합니다. 국민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검찰 단계를 지나면 법원 기자가 사건을 따라갑니다. 이미 한바탕 휩쓸고 간 자리에 서게 되는 거죠. 세간의 관심이 식은 공판을 취재하게 됩니다. 드라마 속 법정처럼 박진감 넘치는 장면이 연출되지도 않습니다. 마치 흩어지는 작은 모래알을 움켜쥔 느낌입니다.
사실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며 말리고 싶습니다. 법원 기자는 매일 법정에 들어가 판사와 검사, 변호사, 피고인, 증인들의 말을 모두 받아 적습니다. 이들의 발언을 따라가다 보면 손가락이 아려옵니다. 빠르면 10분 이내에 끝나기도 하지만 길게는 밤까지 이어지는 재판도 있습니다. 다 끝난 것 같지만, 공판이 종료되면 본격적인 일이 시작됩니다.
재판 한 차례에 A4용지 수십 장 분량의 기록이 나옵니다. 직접 친 ‘워딩’을 정리하고 분석합니다. 검찰의 공소장과 비교하고, 과거의 자료를 찾아 다시 살펴봅니다. 이 지루한 과정을 거친다 해도 모두 기사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먼 미래까지 읽힐 기록이란 생각으로 쓴다.”
첫 문장을 장식해 준 선배가 뒤이어 한 말입니다. 그리고 그 말은 제가 법원에 남아있는 이유가 됐습니다. 기자는 이야기꾼이자, 사관(史官)입니다. 먼 미래까지 읽힐 기록을 함께 만들 14기 수습기자를 기다립니다.
공채 13기 김종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