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분석도 다르지 않다. 2014년 국회입법조사처가 당시의 합계출산율 1.19명으로 입법·정책 수요예측 모형을 돌린 결과 한국인은 2056년 4000만 명, 2074년 3000만 명, 2097년 2000만 명, 2136년 1000만 명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2172년 500만 명에서 2256년 100만 명, 2379년 10만 명으로 쪼그라든 뒤 결국 2750년 멸종한다는 계산이었다. 출산율이 더 떨어진 지금 다시 전망한다면 끔찍한 결과가 훨씬 빨라질 수밖에 없다.
2018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98명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낮다. 가임여성이 일생 동안 낳는 아이가 1명도 안 되는 ‘출산파업’이다. 2019년 전망치는 더 줄어든 0.94명이다.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최소 출산율은 2.1명인데,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다음 세대로 내려갈수록 출생아는 반토막 이하의 기하급수로 감소한다. 반면 나이 먹어 가는 윗 세대 노령인구의 비중이 반비례로 커진다. 이 ‘잿빛 사회’의 끝은 대한민국 공동체의 소멸이다.
젊은 인구가 줄면서 생산력이 감퇴한다. 경제주체들은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소비를 억제한다. 수요 감소로 투자가 쪼그라들면서 경제성장이 후퇴하는 악순환에 빠져든다. 경제활동을 통해 세금 내는 인구는 줄고, 노인복지 등을 위해 나가는 돈은 급증한다. 결국 재정이 거덜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한국의 노년부양비(생산인구 100명당 고령인구)는 작년 20.4명이었다. 생산인구(15∼64세) 5명이 65세 이상 노인 1명의 생계를 책임진 구조인데, 20년 뒤에는 2명, 40년 뒤에는 1명이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오늘날 출산을 피하는 한국의 현실은 불가항력이다. 청년의 취업과 결혼부터 힘든 데다, 결혼한 부부들도 아이를 낳지 않는 게 합리적 선택이다. 과거 고도성장시대의 ‘자산’이었던 자식은 지금 ‘비용’이다. 미래의 불안만 커지고 무한경쟁이 지배하는 사회는 아이를 낳아 기르고 가르쳐 독립시키기까지, 자식에게 더 나은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한 부모의 무한지출을 요구한다.
정부의 어떤 출산장려 정책도 먹히지 않는 이유다. 정부가 2006년 저출산 대책을 수립한 이후 작년까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쏟아부은 예산만 줄잡아 150조 원을 넘는다. 그런데도 상황은 악화일로다. 출산율 끌어올리기에 비교적 성공한 프랑스나 스웨덴 등을 벤치마킹한다고 애썼지만, 사회구조가 다른 이들의 사례가 별 도움이 되지도 않았다. 우리의 출산율 제고 정책 방향에 근본적인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재앙은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통계청 집계에서 작년 11월 한국의 출생아가 사망자보다 적었다. 출생아 수 2만3819명에 사망자 2만5438명으로 인구가 1619명 줄었다. 11월 인구감소는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추세로 보아 올해 연간으로 인구가 자연감소로 돌아서는 데드크로스를 맞고 본격적인 하락이 시작된다.
암담한 미래다. 저출산은 노동이나 자본에 기댄 생산요소투입형 경제를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진다. 인구감소는 이제 막을 수 없다. 그렇다면 경제구조 진화의 관점에서 미래를 극복하고 적응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가구소득이 늘면 출산율이 높아진다는 실증적 분석 결과도 많다. 가용(可用)자원을 투입해 산출물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경제구조 개편, 노동투입 감소를 상쇄할 수 있는 생산성 혁신, 인구가 줄어도 수요가 늘어나는 제품이나 서비스 창출이 문제 해결의 첩경이다. 인구감소 대응의 발상을 바꾸고, 정책 패러다임을 국민경제 생산성과 소득을 높이기 위한 경제·산업구조의 혁신으로 일대 전환하는 것이 그 방향이다. 벌써 많이 늦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