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에 사는 중국인 친구가 전한 안부

입력 2020-02-0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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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선 유통바이오부 기자

고교 시절 중국에서 일주일간 홈스테이하며 만난 중국인 친구가 있다. 중국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한 후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취업도 한국에서 했다. 그 친구가 한국에 정착한 덕에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그에게 오랜만에 연락을 했다. 요즘 신종 코로나로 뉴스에서 오르내리는 중국 우한은 친구의 고향과 멀지 않다. 그의 안부가 궁금했고, 중국에서 뵈었던 그의 부모님 건강이 걱정됐다.

이번 설을 한국에서 보낸 친구는 어떻게 지내느냐는 말에 “불편한 소리 많이 들었지…”라며 에둘러 안부를 전했다. 그러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설에 고향에 다녀올걸. 그러면 출근하지 않았을 텐데”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도대체 누가 어떤 불편한 말을 했길래.

그의 부모님은 동네가 폐쇄되는 바람에 며칠째 집 안에서만 지내고 있다고 했다. 타지에서 가족 걱정에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 친구는 누군가 내뱉은 이런저런 말들에 상처를 꽤나 받은 듯했다. 모든 것이 그저 아무 일 없이 지나가길 바란다며, 으레 하는 이야기밖에 건넬 수 없었다.

신종 코로나가 국내에 퍼지면서 온라인에는 중국인을 비하하는 표현과 함께 중국을 혐오하고 중국의 식문화를 비난하는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한 배달업체 노조는 중국인 밀집 지역에 배달을 금지해 달라고 사측에 요구해 논란이 일었다.

대학 개강을 맞아 한국으로 돌아오는 중국인 유학생들은 당장 기숙사를 이용할 수 없게 되면서 큰 혼란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커질수록 비난의 화살은 한국에 정착한 중국인 등 애꿎은 집단으로 향한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가 4월, 혹은 그 이상 올여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 기간 우리 사회에 또 하나의 혐오 현상이 추가되고, 의견이 다른 사람 간에 사회 갈등이 더 깊어질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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