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당시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이 10%이상 급감했던 반면 편의점은 다중집객시설 공포에 되레 고객이 몰리며 반사익을 누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5년 6월 편의점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29% 치솟았고, 전달에 비해서는 마이너스 2.5%를 기록하며 오히려 선방했다. 점포 규모가 큰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감염 공포가 높아지면서 소규모 점포인 편의점으로 소비자가 몰리면서다. 당시 편의점의 매출을 끌어 올린 품목은 도시락과 김밥, 햄버거, 샌드위치 등 즉석식품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만만치 않다는 게 업계 평가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에는 편의점 업계가 신종 코로나 영향권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새벽배송을 무기로 쿠팡과 마켓컬리가 자리를 잡았고,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등 주문·배달 앱도 강력한 라이벌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중집객시설 회피에 따른 반사익은 오히려 이들 업체에 쏠릴 가능성이 높다.
당시 새내기에 불과했던 쿠팡과 마켓컬리 등은 이제 거물급 유통사로 성장했다. 여기에 SSG닷컴도 등장했다. 이들은 로켓배송과 샛별배송, 새벽배송이라는 명칭으로 신선식품 등의 익일 배송에 주력하고 있다. 이 업체들의 밀키트와 HMR(가정간편식) 빠른 배송은 편의점의 즉석식품 수요를 분산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신종 코로나가 ‘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격상된 지난달 28일 쿠팡의 로켓배송은 역대 최대치인 330만 건에 달했다. 지난해 1월(170만 여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주문이 몰리면서 새벽배송 상품의 경우 배송이 최대 2시간 지연됐다. 마켓컬리의 냉장 상품 주문도 조기에 마감됐다. SSG닷컴 역시 쓱배송과 새벽배송의 일부 상품도 품절 사태를 빚었다.
게다가 주문·배송앱이라는 거대한 경쟁자도 등장했다. 지난주 주말(1월 31일~2월 2일) 배달의민족의 주문량은 약 493만 건으로 한 달 전 주말(1월 3~5일) 주문량 443만건에 비해 11% 증가했다. 요기요의 같은 기간 주문량도 한 달 전보다 18% 늘었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 때는 다중유통채널을 꺼리면서 상대적인 이득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매출에 큰 변동없이 괜찮다”면서 “우려되는 것은 입학식·개학식 등이 연기되면서 유동인구 증가를 기대하던 점포가 타격을 입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편의점 업계의 고객 모시기 시도가 한창이다. 이마트24는 2월 내내 도시락 및 원두커피 할인에 나서며 고객 발길을 끌고 있다. 모바일 전략을 강화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GS25는 쿠팡이츠와 손잡고 배달에 나섰고, 세븐일레븐은 노량진 회 주문 예약 서비스를 내놨다. 실제 서울 전 지역에서 배송 서비스를 하고 있는 CU의 2월 첫 주말(2월 1~2일) 요기요 배송 주문은 직전주 대비 65%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