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둔화와 메모리 가격 하락으로 지난해 전세계 반도체 지출 규모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IT 자문기관 가트너(Gartner)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반도체 구매액은 4183억200만 달러로 전년(4746억3100만 달러) 대비 11.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트너의 수석연구원인 마사츠네 야마지(Masatsune Yamaji)는 “지난해에도 상위 5대 기업에는 변동이 없었지만, 반도체 구매 지출 규모는 모두 줄었다”며 “지출 감소의 주요 원인은 메모리 가격의 급락”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불확실성과 거시경제 둔화도 반도체 구매 기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는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 한일 갈등, 홍콩 시위 등의 정치적 마찰이 심화됐으며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됐다.
야마지 수석연구원은 “이러한 거시경제 상황은 다양한 전자 장비에 대한 수요를 냉각시켰다. 2019년 총 전자기기 매출 규모는 2018년 대비 0.2% 감소한 47억 달러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지난해 전체 반도체 시장 지출액의 8.6%를 차지하면서 전세계 반도체 구매 기업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애플은 애플워치와 에어팟 등의 웨어러블 제품 판매 호조에 힘입어 삼성을 제쳤다.
삼성은 8%의 점유율을 기록해 2위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지출 규모를 21.4%가량 줄였다.
야마지 수석연구원은 “이는 단순히 메모리 가격의 급락만의 영향이 아니다. 삼성이 대부분의 전자기기 시장, 특히 스마트폰과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시장에서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미·중 무역분쟁의 악영향에도 불구하고 3위 자리를 지켰다. 화웨이는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며 반도체 지출 규모를 1.8% 줄이는 데 그쳤다.
8위를 기록한 샤오미는 상위 10대 업체 중 반도체 지출을 늘린 유일한 기업으로, 전년 대비 약 1.4%가량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