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의 부채비율이 실적 부진과 함께 지속 상승하고 있다. 3년 새 160%포인트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전일 매출과 손익구조를 포함한 2019년 잠정 실적을 공시했다.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29.1% 불어난 2532억 원, 당기순손실은 6.8% 악화한 3290억 원으로 집계됐다.
회사 측은 “철도 납품 차량 시운전 검사 비용 등 추가 원가를 반영한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적자폭 확대 속에 부채비율도 상승했다. 부채비율은 2017년 187.94%에서 2018년 261.21%, 지난해 349.95%까지 3년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지난해엔 자본이 17.90% 줄고 부채가 9.99% 늘면서 그 상승폭을 키웠다.
특히 작년에는 3분기 기준 유동부채가 2조1450억 원을 기록, 전년 말 대비 4000억 원 넘게 불어나면서 부채가 늘어났다. 유동부채가 급증한 것은 기업어음(CP) 발행의 영향이 크다.
현대로템은 2018년 두 번의 CP를 발행해 500억 원을 조달한 후 지난해 상환했다. 그러나 작년에 다시 여섯 번에 걸쳐 2100억 원을 조달하면서 해당 자금이 단기차입금 항목에 포함된 상황이다.
여기에 만기 1년 이내의 유동성 장기부채 규모도 2018년 대비 1243억 원 늘어난 4803억 원을 기록하면서 유동부채를 키웠다.
비유동부채의 경우 전년 말 대비 감소했지만, 유동부채의 비중이 큰 만큼 총부채를 줄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유동부채가 총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8년 59.76%에서 69.05%로 확대됐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기업평가는 지난주 현대로템의 무보증사채 및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부정적 검토’ 대상에 등록했다. 한기평은 연간 영업실적과 함께 부채비율 330% 추정을 그 근거로 들었는데, 전일 공시를 토대로 한 잠정 부채비율은 이 추정치보다도 높은 셈이다.
한기평은 향후 확정 공시될 외부감사인의 결산 결과를 바탕으로 상세 영업실적과 개선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신용등급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로템 역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며 재무 개선 및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지난달 경남 창원공장에서 비상경영 선포식을 개최한 회사는 운휴 자산의 매각과 조직 통폐합, 인력 조정 등 전방위적인 경영 쇄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광훈 한기평 연구원은 “유휴부지 매각 등 자체적인 재무구조 개선 계획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면서도 “최근 경영 정상화 정책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등 자구노력이 속도를 내고 있어 효과와 변화 여부를 추가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