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화재가 발생한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 폴만 호텔(이하 그랜드 앰배서더)이 예정된 결혼식을 일방 취소해 예비부부가 발을 구르고 있다. 예비부부들은 다급히 예식장을 알아봐야 하는 데다, 배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결혼 준비에 차질이 빚어진 상황이다.
3일 호텔 업계와 피해자의 말을 종합하면 그랜드 앰배서더는 지난달 26일 불이 난 이후 예정된 예식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2월부터 4월까지 모든 예식 일정이 중단됐고, 예약도 불가하다. 5월부터는 상황에 따라 예약이 진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2, 3, 4월에 이곳에서 결혼하기로 계약한 예비부부들이다. 예비부부들은 호텔 측이 화재 사고로 예식을 취소 통보하면서 배상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랜드 앰배서더에서 결혼식을 치를 예정이던 김모 씨는 "호텔 과실로 예식이 취소됐는데 100% 배상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약금이나 예식 비용은 물론 추가로 피해 보상을 받아야 할 판인데, 호텔 측은 자신들의 지침을 내세우며 피해 보상에 소극적"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에 따르면, 예식업에서 사업자의 귀책사유로 계약을 해제할 경우, 예식 일로부터 90일 전에 계약 해제 통보 시 계약금 환급 및 계약금의 100%를 배상하게 돼 있다. 다시 말해 계약을 위해 냈던 금액 외에 추가로 배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 불이 난 지난달 26일을 기준으로 4월 24일까지가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호텔 측은 한국소비자원의 기준에 미달한 금액을 배상액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예비부부들에게 지급하는 배상 금액이 서로 다르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월 초 결혼이 예정돼 있던 피해자는 계약금이나 예식비용 전체를 배상받았지만, 3~4월에 예약한 일부 예비부부는 전체 배상을 못 받았다는 말이 나왔다.
청첩장을 새로 찍고, 예식장을 알아보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예비부부에게는 부담이다. 그랜드 앰배서더에서 식을 치르기로 했던 예비부부는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결혼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런 일이 발생해 난처하다"면서 "이미 청첩장을 다 돌렸는데 다시 발주해야 할지, 메시지로 결혼 연기를 알려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설명했다.
결혼식이 갑작스레 취소되면서 사실상 결혼 일정은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 통상적으로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는 3~6개월 전에 예식장을 예약한다. 지금 알아보더라고 결혼은 물론 신혼여행 일정을 미뤄야 하는 것이다. 예비부부는 "봄에 결혼하려고 했는데, 여름이나 가을에 해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라며 "신혼여행 일정도 어떻게 조절할지 머리가 아프다"라고 말했다. 회사에 다니는 터라 휴가 일정을 다시 조율하고 팀원들에게 양해를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피해 예비부부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며 의견을 모으기 시작했다. 회원 수 34만 명의 한 결혼준비 카페에는 최근 '그랜드 앰배서더 예식 취소된 분 있으시냐'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대신 예약을 잡아줘도 모자라다', '저도 같은 일을 처리 중이다. 같이 얘기 나누자'라는 댓글이 달리는 등, 집단행동에 나설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그랜드 앰배서더 관계자는 "자체 배상안 기준에 따라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