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 확산으로 국제사회의 감염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감염증 발원지인 중국 우한시를 포함한 후베이(湖北)성에서 온 모든 외국인(중국인 포함)의 입국을 금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신종 코로나 대응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세균 총리는 "이달 4일 0시부터 중국 후베이성을 14일 이내 방문하거나 체류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의 한국 입국을 전면 금지하겠다"면서 "우리 국민의 경우 입국 후 14일 간 자가 격리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특별 자치도와 협의 하에 제주특별법에 따른 무사증 입국 제도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총리는 "지역 사회의 바이러스 확산할 수 있는 경로를 더 촘촘히 차단해야 한다"며 "밀접 접촉자와 일상 접촉자 구분 없이 접촉자 전체에 대해 자가격리를 하고, 사업장·어린이집·산후조리원 등 집단 시설에서 근무하는 분들이 중국을 다녀온 경우 14일간 업무에서 배제하는 조치도 취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마스크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마스크 품귀 현상과 가격 인상에대한 우려가 있다"며 "식약처 등 관계부처는 마스크·손 세정제 등 위생용품의 수급이 차질 없이 이뤄지고 있음을 국민에 설명하고 수급 상황을 점검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확진자와 접촉자 수가 증가해 상황이 장기화하고 리스크도 커질 수 있다"며 "정부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중장기 대응방안 선제적으로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그간 한중 간 관계 악화를 우려해 중국 방문 입국자 제한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세계 각국들이 잇달아 중국을 다녀온 외국인의 입국 금지 조처를 취하면서 한국 역시 이런 기류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현재 미국은 지난달 31일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최근 2주간 중국을 다녀온 외국 국적자의 입국을 잠정 금지하고 있다.
호주 정부도 중국에서 출발한 외국인 여행객들의 입국을 금지하고 있으며 일본 정부는 최근 14일 이내에 중국 후베이성에 체류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거부하고 있다.
이외 싱가포르, 이탈리아, 호주, 몽골, 말레이시아, 북한 등도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무사증으로 제주도를 여행했던 중국인 여성이 본국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자로 확인 되는 등 국내 감염 확산 우려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점도 중국 방문 입국자 제한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이날 원희룡 제주지사는 제주에 오는 중국인에 대해 일시 입국 금지조치를 취해줄 것을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제주는 현재 중국인들이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상태다.
앞으로 전세적으로 중국인 입국 제한 움직임은 확산될 전망이다. 중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자 및 사망자 수가 급속도로 늘고 있어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일 오전 9시 기준 중국 지역의 신종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1만4380명, 사망자는 30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하루 전보다 확진자는 2590명, 사망자는 45명 늘어난 것이다.
중국 외에도 26개국에서 신종 코로나가 발생했고, 확진 환자 수는 163명에 이른다. 아직 집계에 포함되지 않는 필리핀에서 1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 사망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 외 지역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전 9시 기준 국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3명이 추가 발생하면서 15명으로 늘었다. 문제는 최근 나흘간 11명의 확진환자가 추가로 발생했는데 이중 5명은 기확진환자를 통한 2·3차 감염자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특히 이들에게 신종 코로나를 전파한 3번과 5번, 12번 환자는 증상이 나타난 후 격리되기까지 수일간 대형마트, 의료기관, 극장, 음식점 등 다중이용시설을 다녀가면서 추가 환자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