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확산 공포가 중국을 덮친 가운데, 지난 15일 미국과 중국이 어렵게 합의한 1단계 무역협정 이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0일(현지시간) 전망했다.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서 중국은 향후 2년간 2000억 달러(약 232조 원) 규모의 대미 수입 확대를 약속했다. 이에 따라 합의 첫 해인 올해 767억 달러, 내년에 1233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 올해 구입하기로 한 규모만도 2017년 중국의 대미 수입량보다 많다.
합의 당시에도 해당 목표치가 중국이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제 합의 자체가 원점으로 돌아갈 우려마저 생겨났다. 합의안에 담긴 규정 때문이다. 해당 규정은 자연 재해 혹은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미국과 중국이 협정 이행 연기를 논의하도록 돼 있다.
이와 관련 소니 퍼듀 미 농무장관은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한 여파가 경제 전반에 미칠 것”이라면서도 “올해 구입 목표치를 저해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 아무 것도 확정된 것은 없으며 신속하게 결론이 내려지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합의가 약속대로 이행되길 바라는 마음과 달리 어두운 전망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노무라인터내셔널은 감염병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충격이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보다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무라는 “올해 1분기 중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작년 4분기의 6%보다 2%포인트 이상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스 발생 여파로 2003년 2분기 중국 성장률은 전분기 11.1%에서 2%포인트 하락한 9.1%를 기록했다. 이번 하락 폭이 더 클 수 있다는 경고다.
1년반 넘게 세계 경제를 벼랑 끝에 내몰던 미중 무역전쟁이 간신히 휴전에 들어간 게 불과 2주 전이다. 그러나 중국에 찾아온 불청객에 합의 불이행 가능성이 커지면서 간신히 안정을 찾아가던 세계 경제도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