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증권업계, ‘메기’ 맞을 준비 됐나

입력 2020-01-2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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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알리바바’는 2013년 금융 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을 설립해 그해 6월 금융상품 ‘위어바오’를 선보인다. 단기금융상품 투자로 수익을 돌려주는 이 머니마켓펀드(MMF)는 중국 내 점유율이 50%를 넘는 모바일 결제서비스 ‘알리페이’를 통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한다. 알리페이에 결제하고 남은 ‘푼돈’을 손가락 몇 번의 ‘터치’로 은행 예금금리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했다. 위어바오는 운용자산만 300조 원을 넘어서 세계 최대 규모의 MMF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판 위어바오를 꿈꾸는 ‘빅텍(BIG TECH)’ 업체들이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한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통해 주식ㆍ채권ㆍ펀드 등 금융상품을 팔 계획이다. 오는 2월 5일 금융위원회의 승인이 유력한 만큼 현실화가 코앞인 상황이다.

물론 증권사들은 바짝 긴장 중이다. 카카오가 막강한 사용자 기반을 활용해 리테일 부문을 시작으로 기존 증권사들의 밥줄을 끊을 것이란 걱정 때문이다. 실제 주식 위탁매매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은 22일 증권선물위원회가 카카오의 증권사 인수안을 통과시켰다는 소식에 주가가 4.9% 하락했다.

정부와 금융소비자들은 카카오가 일으킬 ‘메기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출시 이후 시중은행들의 온라인 뱅킹 간편화 바람이 불었던 것처럼 증권업계도 카카오증권의 등장으로 더 편리한 비대면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이러한 도전을 감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핀테크 투자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전체 인력의 10~25%를 IT 전문 인력으로 채용하고 있지만 국내 증권사는 3~5%에 불과하다. 글로벌 IB들은 IT 전문 인력 상당수가 금융투자업 핵심 업무를 담당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주로 보안, 전산설비 관리에 IT 인력을 배치할 뿐이다. 증권사들이 카카오란 메기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술 경쟁력 확보가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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