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저임금(8590원) 소폭 인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달성이 무산된 가운데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에도 인상 속도조절이 이어질 지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로서는 정부가 올해 최저임금 결정(내년 적용) 과정의 객관성·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는 지난해 정부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공익위원 9명 중 고용노동부 간부를 제외한 8명을 교체한 것에서 짐작할 수 있다. 공익위원은 근로자위원(9명)과 사용자위원(9명)이 맞서는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캐스팅보드’ 역할을 한다.
당시 공익위원 8명이 전문성과 중립성을 갖춘 인사들로 교체됐는데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속도조절을 하겠다는 뜻이 담긴 교체로 분석됐다. 이를 반영하듯 2018년(16.4%), 2019년(10.9%)까지 두 자릿수 인상률을 보인 최저임금은 올해엔 2.9% 오른 데 그쳤다.
정부는 올해 최저임금 결정과정의 객관성·전문성 제고를 위해 현장 의견수렴 확대, 최저임금 효과분석 연구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실상 올해도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에 나서겠다는 속내가 깔린 셈이다.
무엇보다도 녹록치 않는 경제사정이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 과정의 객관성·전문성을 높이겠다는 것도 경제상황을 고려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2.2~2.3%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따른 영세사업자의 부담 가중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자영업자 수는 560만5600명으로 전년보다 3만2300명이 감소했다. 특히 1인 이상의 유급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는 1998년(24만7000명) 이래 가장 큰 폭의 감소(11만3600명)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근 3년 새 30%나 오른 최저임금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 확대에 경기 부진까지 더해진 것이 자영업자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영세사업자의 인건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일자리안정자금’ 지원도 정부의 재정 부담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2018년부터 예산을 편성해 매년 2조 원 대의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자금 규모는 해를 거듭할수록 축소되고 있는데 최저임금이 내년에 대폭 인상된다면 정부로서는 영세사업자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안정자금을 늘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요인들을 반영하듯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문성현 위원장은 최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4% 안팎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도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이 이뤄지면 노동계의 반발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총은 이달 7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갓 출범했을 때 만해도 노동존중사회라는 구호가 현실로 될 것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노동정책은 뒷걸음쳤고 기대는 실망으로 변했다”고 혹평하며 최저임금 1만 원 공약 무산을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