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우한 폐렴'이 중국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중국에서 '우한 폐렴' 감염자가 1200명을 넘어섰고 일본과 미국에 이어 유럽과 호주, 남아시아까지 확진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25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우한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는 전날 하루 만에 16명이 늘어 41명을 기록했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도 24일 하루 동안 444명이 증가한 1287명으로 집계됐다.
◇중국 여행 이어 중국인 관광객도 주의보=이처럼 빠르게 우한폐렴이 확산된 배경은 중국을 방문하는 여행객의 증가와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교도통신과 NHK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18일 관광 목적으로 일본을 방문한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 거주하는 30대 여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일본 내 세 번째 환자다. 발열 등 증상을 호소한 이 여성은 검사 결과 감염 사실이 확인됐다.
호주 보건당국도 이날 빅토리아주에 거주하는 50대 중국인 남성이 우한 폐렴에 걸린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19일 중국 광저우(廣州)에서 비행기를 타고 호주 멜버른으로 넘어온 이 남성은 현재 병원에서 격리 상태로 치료 중이다.
일본과 호주에서의 확진자는 모두 중국인 여행객이다.
프랑스 확진자는 중국을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보건당국은 24일 최근 중국에 다녀온 3명이 우한 폐렴에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AP, AFP통신에 따르면 우한을 거쳐 22일 프랑스에 들어온 남성은 23일 병원에 입원했고, 그 사이 10여 명과 접촉했다. 이 남성과 가족 관계인 두 환자는 파리에 입원 중이며 감염 확진 판정이 내려진 지 얼마 되지 않아 구체적인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네팔 보건 당국도 우한에서 귀국한 학생(32)이 우한 폐렴에 걸렸다고 발표해 남아시아 국가에서도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 학생은 9일 네팔에 입국한 후 열과 호흡 곤란 등 증상을 보여 카트만두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퇴원했다.
태국과 말레이시아에서 우한 폐렴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각각 5명, 3명으로 동남아시아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확산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4일 우한 폐렴 두 번째 확진자가 발생했다. 질병관리본주에 따르면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근무하던 55세 한국인 남성은 10일부터 시작된 목감기 증상으로 19일 현지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았다. 이후 우한 출발, 상하이 경유로 22일 저녁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 남성은 검역 과정에서 발열과 인후통이 확인돼 격리되지는 않았으나 보건소 '능동감시'를 통해 감염 사실이 확인됐다.
미국에서는 22일 첫 우한 폐렴 감염자가 나온데 이어 24일 두 번째 확진자가 발생했다.
◇ ‘우한 폐렴’ 확산 막기에 비상 조치 도입 국가 늘어='우한 폐렴'이 급속도로 퍼지자 각국에서는 '봉쇄 조치' 등 적극적인 대처방안을 내놓고 있다.
필리핀 당국은 우한에서 온 중국인 관광객을 27일까지 모두 귀국시키기로 했다. 25일 일간 인콰이어러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필리핀 당국은 우한이 봉쇄되기 전 직항 노선으로 필리핀 중부 칼리보 공항을 통해 입국한 중국인 관광객 634명을 27일까지 돌려보낼 방침이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항공사 아에로플로트는 24일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과 관련해 2월 초순까지 중국을 오가는 자사 항공권을 구매한 승객을 상대로 표를 반환하거나 출국 날짜를 변경할 수 있도록 햇다. 러시아에서는 아직까지 '우한 폐렴'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인접국가인만큼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는 질병관리본부가 25일 '우한 폐렴' 의심환자를 공항 검역단계에서 최대한 파악하고자 감시 대상 오염지역을 '우한'이 아닌 '중국 본토 전체'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여행자는 건강상태질문서를 내야 한다.
북한 역시 자국 내 확진 사례는 없지만 피해를 막기 위해 주민에게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 베이징과 평양을 오가던 에어차이나는 당분간 운항을 취소하고 북한 거주 외국인에게도 중국 여행을 잠정 금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