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롯데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분이셨습니다. 항상 새로운 사업 구상에 몰두하셨고, 성공과 실패를 모두 떠안는 책임감을 보여주셨습니다. 역경과 고난이 닥쳐올 때마다 아버지의 태산 같은 여정을 떠올리며 길을 찾겠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2일 오전 7시 서울 롯데월드몰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영결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유가족과 롯데그룹 경영진, 외부 인사 등 1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침통한 얼굴로 인사말을 읽어갔다.
신 회장은 “아버지는 타지에서 고난과 역경 끝에 성공을 거두셨을 때도 조국을 먼저 떠올리셨다”며 “기업이 조국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평생 실천하신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기업인의 사명감과 책임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한마디로 정말 멋진 분”이라면서 “오늘의 롯데가 있기까지 아버지가 흘린 땀과 열정을 저는 평생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영결식은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아들 신정열 씨가 영정을 모시고,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아들 신유열 씨가 위패를 들고 입장하며 시작했다. 신 명예회장의 부인인 시게미츠 하츠코 여사와 신 전 부회장, 신 회장,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이 영정을 뒤따랐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행사는 △고인에 대한 묵념 △약력 소개 △추도사 △추모 영상 상영 △헌화 △유족 인사말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추도사를 한 명예장례위원장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당신은 참 위대한 거인”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우리 국토가 피폐하고 많은 국민이 굶주리던 시절 당신은 모국의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이 땅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며 “일생을 오로지 기업에만 몰두하셨으니 이제는 무거운 짐 털어내시고 평안을 누리시라”며 고인의 명복을 기원했다.
해외 출장 중이어서 직접 참석하지 않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사회자가 대독한 추도문에서 “창업주는 우리나라가 전쟁의 폐허 위에서 국가 재건을 위해 몸부림치던 시절 조국의 부름을 받고 경제 부흥과 산업 발전에 흔쾌히 나섰다”며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견인했던 거목, 우리 삶이 어두웠던 시절 경제 성장의 앞날을 밝혀주었던 큰 별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추도 영상을 통해 신 명예회장의 생전 모습이 상영됐다. 1921년생인 고인은 와세다대학교에서 화학과를 전공한 후 1948년 10명의 직원과 함께 일본에서 주식회사 롯데를 설립했다. 상사와 부동산, 물산, 유통 분야로 확장해 일본의 10대 재벌 기업으로 키운 후 1965년 조국으로 돌아온 후 재계 5위 그룹으로 일궈낸 과정이 화면으로 흘러나왔다.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은 하객들에게 “아버지는 자신의 분신인 롯데그룹 직원들과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헌신해 오셨다”면서 “선친의 발길을 가슴 깊이 새기고 살아갈 것이며 창업주 일가를 대표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인사했다.
영결식 후 운구 차량은 롯데월드타워를 한 바퀴 돌고 떠났다. 롯데월드몰과 함께 있는 잠실 롯데월드타워(123층, 555m)는 국내 최고층 빌딩으로 신 명예회장에게는 평생의 숙원 사업이었으며, 소공동 롯데호텔과 함께 신 명예회장의 말년의 거주지이기도 하다. 장지는 울산 울주군 선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