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가 부족하던 시절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제과사업에 투신한 후 자원이 부족한 국내 한계를 극복할 카드로 ‘관광산업’을 내세우며 롯데백화점, 롯데월드, 롯데호텔의 문을 잇달아 연 고인은 롯데월드타워의 개장까지 목표로 세웠던 모든 것을 마무리하고 영면에 들어갔다.
19일 작고한 신 명예회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아산병원에는 첫날부터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신 명예회장 생전에 반목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비롯한 가족 30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회장은 2018년 10월 법정에서의 서먹한 만남 이후 1년 3개월 만에 만나 장례 절차 등을 조율하는 등 여느 형제와 다름없이 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빈소에는 19일 장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신 명예회장의 부인 시게미츠 하츠코(重光初子) 여사, 넷째 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과 여동생 신정숙 씨, 동생 신춘호 농심 회장의 장남 신동원 부회장 등 신 회장 일가 30여 명이 빈소를 지켰다.
재계의 애도 행렬도 이어졌다. 2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계 총수로는 가장 먼저 조문한 것을 비롯해 이재현 CJ 회장, 손경식 경총 회장,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이낙연 전 국무총리,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정문준 아산재단 이사장 등이 잇달아 조문했다.
경총 인사들과 함께 빈소를 찾은 손경식 회장은 “최고의 원로, 존경하던 분”이라며 “이제는 우리에게 전설적인 기업인으로 남았다”며 고인과의 작별을 아쉬워했다.
민영기 롯데제과 대표와 강성현 롯데네슬레 대표 등 계열사 대표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롯데그룹 사회공헌위원장이었던 소진세 교촌에프앤비 대표 등 재계 인사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직원의 부축을 받으면서 빈소를 찾아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 회장은 박근희 CJ그룹 부회장, 김홍기 CJ주식회사 대표,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 허민회 CJ ENM 대표 등 주요 계열사 대표들과 함께 조문했다. 이 회장은 “우리나라 경제성장과 산업발전에 크게 기여하신 거인을 잃게 돼 안타깝다”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유족을 위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오후 3시 장례위원장인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는 취재진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생전의 고인의 업적에 대해 설명했다. 황 대표는 신 명예회장의 발자취를 열거하며 “신의를 중시하고 도전과 열정을 강조하고 실천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한 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하며 롯데 사업 초기 거래처들과 지속적인 거래를 유지하고 모두가 실패를 예상한 롯데월드와 롯데월드타워에 도전한 신 명예회장의 삶이 고인이 남긴 마지막 유산”이라고 덧붙였다.
신 명예회장의 장례는 그룹장으로 진행되며 이홍구 전 국무총리와 반기문 전 유엔(UN)사무총장이 명예장례위원장을 맡는다. 장례위원장은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와 송용덕 롯데지주 대표이사다. 발인은 22일 오전 6시이며 발인 후 22일 오전 7시 서울 롯데월드몰 8층 롯데콘서트홀에서 영결식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