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기업리포트 투자의견이 여전히 매수 일색인 것으로 조사됐다. ‘매수’에 치우친 증권사 리포트 관행 개선을 위해 금융당국이 투자등급 비율 공시제를 도입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증권업계의 기업 눈치 보기 관행은 여전한 상태다.
19일 금융투자협회와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32개 증권사 기업분석 보고서의 ‘매수’ 투자의견 비중은 89.6%다. 투자의견 ‘중립’은 10.2%, ‘매도’ 의견 비중은 0.2%에 불과했다.
지난해 특정 기업에 대해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전망한 국내 증권사(한국계)는 신영증권, KTB투자증권, 키움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4곳에 그쳤다.
신영증권은 지난해 1월 한진중공업에 대한 ‘매도’(향후 12개월 -10% 이상 하락 전망) 의견을 냈고 KTB증권은 지난해 2월 넷마블에 대해 매도 격인 ‘축소’(향후 12개월 -5% 이상 하락 전망) 투자의견을 제시했다.
키움증권은 지난 7월 솔브레인에 대해 향후 6개월 시장 대비 ‘-10~-20%’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점치는 ‘Underperform’(시장수익률 하회) 의견을 냈다. 신한금융투자는 향후 6개월 수익률이 ‘-10~20%’일 것으로 보는 ‘중립’ 의견을 금호타이어, 넷마블, 게임빌, 진에어, 제주항공, 티웨이 등 6곳에 제시했다.
반면 대부분 국내 증권사들은 ‘매수’ 투자의견만 내놨다. 리딩투자, 부국, 유화 등 3곳이 시장에 내놓은 기업 리포트 투자의견은 모두 ‘매수’였다. 이어 매수 비중이 높은 증권사로는 교보(98.1%), 키움(97.3%), DS투자(96.8%), 상상인(96.7%), 신한금융투자(96.1%), 이베스트(95.0%), 케이프투자(94.7%), 미래에셋대우(93.9%) 순이었다.
증권사가 상장기업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 ‘중립(보유)’, ‘매도’로 구분해 비율을 공시하도록 한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는 지난 2015년 시행됐다. 하지만 제도 시행 뒤에도 국내 증권사들의 ‘매수’ 의견 일변도는 변하지 않고 있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 15곳은 매수, 중립, 매도 의견이 각각 58.5%, 28.0%, 13.6%로 비교적 고른 비율을 나타냈다.
업계에서는 국내 증권사의 리서치 부문이 따로 독립ㆍ특화되지 않은 이상 이 같은 관행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과 다르게 증권사들이 매매 중개, 기업금융, 리서치 업무를 도맡아 하고 있기 때문에 리서치 부문에서 매도 의견을 내면 ‘돈줄’인 기업금융 업무가 악영향 받을 것으로 걱정한다”며 “외국에선 금융투자회사가 기업금융과 리서치가 따로 특화돼 있기 때문에 ‘매도’ 의견을 내는 데 기업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