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코스피 상장사들의 4분기 실적 전망치를 잇따라 낮추고 있다. 증시가 미ㆍ중 무역분쟁 완화와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감으로 호조세를 나타내는 것과 괴리된 모습이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된 기업 중 증권사 3곳 이상 전망치를 내놓은 165개 기업의 지난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6조2854억 원이다. 3개월 전 컨센서스 추정치(29조8810억 원)보다 12.0% 줄어든 규모다. 한 달 전(27조2384억 원)보다도 3.5% 추정 영업이익을 줄이는 등 실적 추정치를 연이어 낮추고 있다.
업종별로 △내수소비재(-48.0%) △전자장비(-39.5%) △화학(-33.3%) △금속 및 광물(-30.0%) △조선(-27.0%) △무역(-17.9%) △석유 및 가스(-17.1%) △상업서비스(-16.1%) 순으로 영입이익 추정치 하향폭이 컸다. 전력, 항공운수, 에너지 시설 및 서비스, 운송인프라 업종은 3개월 전과 달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개별기업 중에서는 삼성SDI(-90.2%), 현대제철(-80.2%), 대한항공(-74.9%), 세아베스틸(-63.9%), LG화학(-56.3%) 순으로 영업이익 추정치 햐향폭이 컸다. 또 한국전력, OCI, 현대로템, 하나투어 등은 영업익 추정치가 적자로 돌아섰고 티웨이항공, 삼성중공업, LG디스플레이, 제주항공, 삼성생명 등은 3개월 전 추정치보다 영업 적자가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어닝시즌(실적발표 기간)에 들어서면서 이날까지 4분기 잠정 실적을 공개한 코스피 상장사는 삼성전자, LG전자, 고영, 한진 등 4개사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4분기 잠정 영업익을 7조1000억 원으로 발표했다. 이는 3개월 전 추정치보다 0.8% 상승한 것으로 올해 상승세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반면 LG전자는 지난 4분기 잠정 영업익이 986억 원으로 3개월 전 추정치보다 70% 밑도는 ‘어닝쇼크’로 시장에 충격을 줬다.
4분기 기업 실적 전망은 낮아지고 있지만 증시 회복 기대감은 오히려 커졌다. 세계 반도체 업황과 중국 수입 수요의 회복, 미ㆍ중 무역분쟁 완화, 풍부한 유동성 등이 호재로 꼽힌다. 당장 눈앞에 나타난 부진한 실적보다 향후 기대감이 증시를 주도하는 셈이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4분기 전망치의 하향 조정은 지속되고 있다”며 “하지만 4분기 어닝시즌은 타 분기보다 기간이 길어 집중도가 낮고 가이던스(실적 전망치)가 함께 발표되기 때문에 증시의 관심이 실적보다 기업의 미래인 가이던스에 맞춰지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익추정치 하향 조정이 1년 동안 이어져 온 데다 4분기 실적은 12월 결산 법인이 그동안 부실을 털어내는 등 계절적 하락 요인이 작용한다”며 “그런데도 시장은 반등 흐름을 보이는데 특히 IT 업종이 반등세 강한 것은 4분기 실적 이후의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리고 설명했다.
이어 “‘1월 효과’는 맹신할 수 없다”며 “4분기 실적이 긍정적인 업종이나 실적 턴어라운드가 예상되는 종목이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