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과 아우디의 차량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해 법원이 소비자들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제조사와 수입사의 배상 책임을 또다시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재판장 조미옥 부장판사)는 16일 폭스바겐과 아우디 차량 매수인 등 1299명이 폭스바겐그룹(제조사)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수입사)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이나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 19건에 대한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제조사와 수입사가 차량 1대당 1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폭스바겐그룹은 2015년 유로-5 배출가스 기준 적용 대상 디젤 차량 15개 차종에 배출가스 저감 장치의 작동률을 조작하는 불법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을 조작한 게 드러났다. 이들은 기준치의 최대 40배가 넘는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대신 연비 등 성능이 향상됐다고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국내 소비자들은 회사에 차량 매매대금 상당의 부당이득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차량 제조사 가운데 폭스바겐아게와 아우디아게, 국내 수입사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배상 책임(위자료)을 인정했다. 배상 대상 범위는 인증 취소 시점(2015년 11월 30일)과 관계없이 신차 구매자나 리스 이용자를 모두 포함시켰다. 다만 소비자들의 재산적 손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광고의 내용과 기간 등을 고려하면 차량 제조사와 국내 수입사의 표시광고법 위반 행위, 신차 매수인, 리스 이용자의 손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현대사회에서 소비자의 신뢰는 차량 제조사 및 판매사의 대대적 광고로 인해 창출되고, 대기오염에 관한 문제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차량을 매수했다”며 “그런데 제조사들은 위법한 방법으로 차량에 관한 배출가스 인증시험을 통과했고 그런데도 광고를 계속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차량 판매사의 경우 표시ㆍ광고의 주체라고 볼 수 없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중고차 매수인과 리스 승계인은 제작사나 판매사가 제공한 광고보다 차량의 상태를 중요한 요소로 고려한다”며 “이들에게 별도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한편 지난해 7월 같은 내용의 소송을 담당한 법원은 폭스바겐그룹이 소비자들에게 차량 구입대금의 10%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지난해 8월에도 소비자들에게 차량 1대당 1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