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과 부동산 큐레이션 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56.5%다. 2013년 4월 이후 6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전세가율은 주택 매매가격과 전셋값의 비율을 말한다. 전세가율이 낮으면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차이가 크다는 의미다. 그만큼 전세를 끼고 집을 사서 시세 차익을 노리는 '갭투자'가 어려워진다.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2016년 6월 이후 43개월 연속으로 떨어지고 있다.
서울에서 전세가율이 가장 낮은 구는 용산구였다. 지난달 용산구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47.3%로 서울 평균보다 9.2%포인트 높았다.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살 때,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할 목돈 부담이 크다는 뜻이다. 광진구(57.1%)와 마포구(55.3%), 성동구(54.2%), 동작구(54.8%), 서초구(51.2%), 송파구(47.7%), 영등포구(49.8%)에선 아파트 전세가율이 통계 작성 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전세가율 하락 현상이 심화한 것은 지난해 아파트 시장 과열 때문이다. 전셋값은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상승한 데 비해 매매가격이 급등하면서 그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중위 전셋값은 3.3㎡당 1월 4억3477만 원에서 12월 4억4423만 원으로 2.2% 상승했다. 같은 기간 중위 매매가격은 3.3㎡ 기준 8억4025만 원에서 8억9751만 원으로 6.8% 뛰었다.
이런 흐름은 실제 거래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1월 용산구 도원동 삼성래미안 전용면적 59㎡ 아파트는 각각 8억500만 원, 4억 원에 매매 계약,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달 이 아파트의 매매가격과 전셋값은 각각 9억5000만 원, 4억1000만 원으로 올랐다. 1년 새 매매가격과 전셋값의 '갭'이 4억 원에서 5억4000만 원으로 벌어졌다.
오대열 경제만랩 리서치팀장은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부동산 규제를 내놓고 있지만,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세가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올해에도 전세가율 하락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내 집 마련의 기회도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