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시장에서 ‘리더군의 다양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버드대, 예일대 졸업장 등 화려한 ‘스펙’을 전면에 내건 해외 투자은행(IB) 출신들이 바닥을 다진 후 소위 ‘금수저’라고 불리는 집안 배경을 갖춘 이들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김병주 MBK 회장 등 글로벌 IB ‘DNA’ 심어
PEF 1세대로 MBK파트너스를 설립한 김병주 회장. 그의 뿌리는 미국 금융의 중심 월가다. 열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 MBA을 거쳐 곧바로 월가에 입성했다. 씨티그룹(옛 살로만스미스바니) 을 시작으로 1999년엔 미국의 대표적 PEF인 칼라일그룹에 들어가면서 미국 금융의 정수를 배웠다.
김 회장은 2005년 칼라일을 박차고 나와 자신의 영문 이름 ‘마이클 병주 김’의 앞글자를 딴 MBK파트너스를 설립, 국내 최대 PEF로 키웠다.
15년이 흘렸다. 세대교체도 한창이다.
눈에 띄는 이들은 골드만삭스 출신이다. 최근 PEF 업계 ‘라이징스타’로 주목받고 있는 이상호 글랜우드PE 대표가 대표적인 예다. 이 대표는 고려대를 졸업 후 컬럼비아대에서 MBA 과정을 마치고 2013년까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했다. 이후 2014년 글랜우드에 합류해 옛 동양매직, 옛 라파즈한라시멘트 등을 사들인 뒤 기업 가치를 높여 되파는 데 성공하며 회수(엑시트) 실력을 입증했다.
최동석 이스트브릿지 대표를 비롯해 안상균 앵커프라이빗에쿼티파트너스 대표, 김수민 유니슨캐피탈 대표, 송경섭 큐캐피탈파트너스 부사장, 신선화 유니슨캐피탈 파트너, 이승준 텍사스퍼시픽그룹(TPG) 전무 등도 골드만삭스 출신이다. 국내 최대 PEF인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도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이하 베인) 출신들의 활약이 이어지면서 골드만삭스에 이어 베인이 ‘제2의 PEF리더 사관학교’로 통하고 있다. 버블티 프랜차이즈 ‘공차’와 웨딩홀 아펠가모 등을 인수한 유니슨캐피탈의 김수민 대표와 곽승웅 파트너도 베인 출신이다. 김 대표는 베인의 컨설턴트로 커리어를 시작, 미국에서 MBA 과정을 거친 뒤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를 인수한 프랙시스캐피탈은 2013년 베인에서 컨설턴트로 함께 일하던 라민상·이관훈·윤준식 대표 3명이 공동 설립한 회사다. 이 회사에는 3명의 대표를 포함해 베인 출신이 총 5명이다. 이 밖에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한 정도현 대표와 이찬우 부사장, MBK파트너스의 이진하 부사장과 김정환 전무, 박찬우 IMM PE 전무도 베인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보이지 않는 힘’ 도 든든한 배경
해외 대학이나 해외금융기관과 같은 ‘스펙’뿐 아니라 화려한 집안 배경을 가진 PEF 리더도 상당수다. 세계 5대 사모펀드로 꼽히는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의 한국 대표인 이상훈 대표와 이상호 글랜우드PE대표는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자녀다. 처가 집안이 화려한 리더들도 있다. MBK파트너스를 이끄는 김병주 회장은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넷째 사위다. 한앤컴퍼니의 한상원 대표는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사위로 하버드대 MBA를 나와 모건스탠리 투자은행을 거쳐 모건스탠리PE 북아시아 대표를 맡다가 2010년 한앤컴퍼니를 차렸다. 김나은 기자 better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