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K-브랜드] ②몽골서 K유통 전파하는 솔롱고스…바다 없는 몽골에서 광어 판매하는 ‘유통 신세계’

이마트, 신선한 식품·해산물 내세워 진출 3년 만에 3호점… CU는 간편·품질 차별화로 점유율 1위

▲몽골 이마트 3호점 계산대 모습. 사진=안경무 기자 noglasses@

지난달 19일 오후 2시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 중심가인 항올구(區) 에 있는 몽골 이마트 3호점을 찾았다. 매장 앞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영하 30도에 육박하는 맹추위에 사람들은 건물이나 차 안으로 몸을 숨기기 바쁜 듯했다. 차로 가득한 주차장만이 인적을 짐작하게 했다.

매장으로 들어서자 바깥과 대조적인 뜨거운 공기가 얼굴을 덮었다. 매장을 둘러보니 한국과 똑같은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계산대 직원들이 포스기를 들고 제품 바코드를 찍어댔고, 고객들은 카트에서 계산대로 부지런히 물건을 옮기는 중이었다. 너무나 익숙한 풍경에 이곳이 서울에서 2000㎞ 떨어진 곳이라는 사실을 잠시나마 잊을 뻔했다.

매장에서 만난 어트겅치메그(31) 몽골 이마트 3호점 점장은 “가격은 물론이고 품질까지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며 “‘노브랜드’ 과자의 경우 가격 거품이 없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소비자의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예로부터 몽골은 한국을 ‘솔롱고스’라 불렀다고 한다. 이는 ‘무지개가 뜨는 나라’라는 뜻으로, 한국에 대한 몽골의 정서가 상당히 우호적이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일부 학계에서는 “옛날 몽골족의 일부가 남쪽으로 무지개를 쫓아 내려갔고, 초원에 남은 몽골족들이 남쪽으로 내려간 동족을 ‘형제의 나라’라는 의미로 ‘솔롱고스’라고 불렀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달 19일 몽골 이마트 3호점 주위는 추운 날씨 때문인지 비교적 한산했다. 사진=안경무 기자 noglasses@

몽골은 오랜 세월이 흘러 다시 돌아온 ‘솔롱고스’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K팝, K드라마 등 ‘K 콘텐츠’와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한 삼성, LG 등의 긍정적 이미지가 역사적 친밀감과 결합해 한국 기업과 제품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유통업체인 이마트와 BGF리테일(CU)은 몽골 소비자들의 환영을 받으며 짧은 기간에 현지 시장에 안착,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 덕분에 2016년 몽골에 첫발을 내디딘 이마트는 비교적 수월하게 몽골 시장에 진출했다. 이마트는 몽골 진출 이듬해인 2017년 2호점을, 2019년 9월 3호점을 개장했고, 4호점에 대한 계획도 구체화하고 있다. 몽골 이마트의 매출액은 2017년 530억 원, 2018년 720억 원을 기록하며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매출 증가에는 현지 특성에 맞춘 전략이 한몫하고 있다. 내륙 국가인 몽골에는 바다가 없어 해산물이 귀하다. 또, 척박한 기후로 과일과 채소 재배도 어렵다. 이마트는 이런 지역적인 특성을 겨냥해 신선한 과일과 채소 등 식료품과 해산물을 외국으로부터 수입해 매장에 공급하며 몽골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고들고 있다.

▲내륙국인 몽골에선 ‘해산물’을 구하기 어렵다. 이마트는 외국으로부터 해산물을 수입해 몽골 현지에서 유통을 시작했다. 안경무 기자 noglasses@

어트겅치메그 점장은 “이마트가 현지 대형마트보다 인기 있는 이유는 신선한 서비스가 강점”이라며 “몽골에서 신선한 제품을 이마트처럼 원활하게 공급하는 곳이 없다”고 자랑했다.

그는 이어 “품질과 함께 이마트는 몽골에서 쇼핑의 개념을 바꾸고 있다 ”며 “이마트에 오면 가족끼리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재미있는 쇼핑’이라는 콘셉트로 현지 문화를 바꿔 나가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마트가 몽골 대형마트 시장 공략에 집중하는 동안 편의점 업계에서도 ‘한국산’ 돌풍은 이어지고 있었다. 그 주인공은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브랜드인 ‘CU’다.

▲몽골 CU 샹그릴라 1호점에서 라면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사진=안경무 기자 noglasses@

같은 날 오후 울란바토르 수흐바타르구에 있는 편의점 CU의 샹그릴라 1호점 매장에서 만난 오트고(22) 씨는 컵라면을 먹고 있었다. 그는 “바쁠 때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CU를 찾는다”며 “몽골 내 다른 편의점보다 음식이 맛있고 건강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한국 음식을 처음 접했다는 자브잔돌람(20) 씨는 “로컬 매장보다 서비스가 좋고 겨울에는 매장 안이 따뜻하다는 점도 CU의 장점”이라며 “입맛에 맞는 제품이 많아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2018년 몽골 현지기업과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시장에 진출한 BGF리테일은 지난해말 기준 몽골에서 55개 매장을 운영하며 현지 편의점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CU는 2018년 몽골 현지 유통기업인 센트럴익스프레스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BGF리테일이 편의점 시스템 노하우를 제공하고 센트럴익스프레스가 현지 운영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시스템을 차용한 만큼 매장 형태와 구성은 기본적으로 한국과 같다. CU와 센트럴익스프레스는 ‘간편한 식사 제공’과 ‘다양한 한국 상품이 있는 매장’이라는 콘셉트로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렸다. 지난해 말 기준 몽골에서 55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편의점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몽골 현지에서 CU의 강점은 ‘간편성’과 ‘품질 경쟁력’, ‘차별화된 서비스’가 꼽힌다.

▲지난달 20일 방문한 몽골 CU 샹그릴라 1호점의 내부 모습.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통해 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한국의 CU 매장과 유사하게 구성돼 있다. 사진=안경무 기자 noglasses@

CU는 몽골 교육 과정 기준으로 대학을 졸업한 나이인 23세부터 45세까지를 주요 고객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들은 일정한 소득이 있으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일상 속 편리함을 추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몽골 CU만의 차별화된 요소도 있다. 겨울철 한국 편의점에서 찐빵 등을 판매하는 것처럼 이곳에선 몽골 전통 음식인 ‘호슈르’와 치킨너겟, 핫도그 등을 즉석에서 조리해 판매한다. 특히 ‘핫도그’는 샹그릴라점의 상징적 상품으로 아이부터 어른까지 폭넓게 사랑받고 있다. 핫도그 가격은 2500~3000투크릭(1000~1200원)으로 싼 편은 아니다. 샹그릴라점에서 핫도그를 조리, 판매하고 있는 할리온에르덴(23) 씨는 “아침과 점심 사이에만 매일 100여 개의 핫도그가 팔린다”며 “울란바토르 사람들 사이에선 ‘핫도그=CU’로 인식될 정도”라고 말했다.

▲샹그릴라점 최고의 인기 메뉴는 다름 아닌 ‘핫도그’. 현지 CU 점원이 핫도그를 만들고 있다. 사진=안경무 기자 noglasses@

몽골 CU의 영업과 운영 정책을 담당하는 간수크(38) 센트럴익스프레스 디렉터는 “인구 150만 명 수준인 울란바토르는 점차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편의점을 더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몽골에서 CU 점포를 이용하는 사람은 하루에 3만 명이나 된다”면서 “점포 수로 편의점 중에서 가장 많지만 고객 수도 가장 많다”고 덧붙였다.

CU는 최근 몽골 현지에서 고객 관리 앱을 론칭했으며 올해 매장을 120개로 늘린 후 장기적으로 몽골 내 매장을 300개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간수크 디렉터는 “사업 확장을 위해 몽골 내 물류센터를 만들 예정”이라며 “외국의 경쟁사들이 새롭게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으나 우리가 먼저 사업을 시작한 만큼 많은 기회가 있다고 본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